▲ 세계표준시의 기준점이 되는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계. < Flickr > |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를 늦춰 하루가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 대학 등이 협업해 내놓은 연구를 인용해 기후변화가 지구 자전 속도가 전보다 빠르게 느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구의 자전은 매일 조금씩 느려지고 있는데 달과 지구가 서로를 당기는 인력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지구는 핵을 기준으로 했을 때 달과 인력이 평형을 이루고 있는데 달과 가까운 지구 바깥쪽으로 갈수록 달이 당기는 힘이 더 크게 작용해 자전 속도를 감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연구진은 최근 기후변화로 극지방 물이 녹아 적도로 유입되면서 달과 가까운 쪽의 지구 부피가 커져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1900년~2000년까지 자전 속도 감소치는 1세기당 0.3~1.0밀리초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부터는 1.3밀리초로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이어진다면 2100년에는 2.6밀리초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 단위로 봤을 때 수십만 분의 1초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GPS와 인터넷 등 정밀한 시간 단위를 기준으로 작동하는 기기들에 악영향이 갈 것으로 우려됐다.
베네딕트 소자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기온상승, 지역별 기후변화를 넘어 인간이 지구가 근본적으로 우주에서 움직이는 위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며 “탄소 배출로 우리는 행성이 수십억 년에 걸쳐 일으킨 변화를 단 수백 년 만에 나타나게 했다”고 말했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와 패서디나 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학술지(PNAS)에 등재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수치를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다.
산티아고 벨다 스페인 알리칸테 대학 교수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극지방 빙하 유실이 하루가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리고 있다는 우려를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굉장한 진보를 이뤘다”며 “이런 자전 시간의 변화는 시간 측정뿐만 아니라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누리는 각종 기술에도 여러 치명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진도 이번 연구와 유사한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에 자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윤초 적용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초는 지구 자전 속도 불균형 때문에 세계협정시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되는 1초를 말한다. 보통은 한 해의 중간인 6월30일 또는 마지막 날인 12월31일에 적용된다.
1972년부터 도입돼 지금까지 27차례 적용됐으며 가장 마지막으로 있었던 윤초는 2016년 12월31일에 추가됐다.
샌디에이고 대학 연구진은 윤초 적용 시점이 당초 예상됐던 2026년부터 3년 더 늦어질 것으로 봤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