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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두산그룹 사업재편안 논란 가열되는 까닭, 문제는 비율

김수헌 fntom@naver.com 2024-07-15 17: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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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두산그룹 사업재편안 논란 가열되는 까닭, 문제는 비율
▲ 두산그룹 사업재편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두산그룹이 지난 11일 사업재편안을 발표한 이후 계열사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시장에서 논란도 가열되는 모습이다. 

재편안의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이하 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이하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이하 로보틱스)의 100% 자회사(완전자회사)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은 이를 위해 계열사간 분할합병(인적분할+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비율’이다.

분할비율, 합병비율, 교환비율에 따라 주주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논란이 없을 수 없다.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안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단계는 ‘인적분할’이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두산 산하에는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계열사들이 있다. 이 가운데 에너빌리티를 두 개로 나눈다.  

하나는 ‘에너빌리티1’, 또 하나는 ‘에너빌리티2’ 라고 하자.

에너빌리티는 분할 과정에서 자회사들(퓨얼셀, 밥캣)을 재배치한다.

에너빌리티1은 에너빌리티 기존 사업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자회사로 퓨얼셀을 가진다. 즉 분할존속회사가 된다.

에너빌리티2는 에너빌리티에서 떨어져 나오는 분할신설회사다. 에너빌리티2 아래에는 밥캣을 배치한다. 자기 사업없이 밥캣 지분만 가진 단순투자회사가 된다.
 
두번째 단계는 에너빌리티2를 로보틱스가 흡수합병하는 것이다.

에너빌리티2 주주들은 합병대가로 로보틱스 신주를 받는다. 에너빌리티2가 합병으로 소멸하면서 밥캣은 자연적으로 합병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된다.  

세번째 단계는 합병로보틱스가 밥캣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과정이다. 방법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다.

밥캣의 일반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넘겨받고 그 대가로 로보틱스 신주를 발행해 준다. 밥캣은 로보틱스의 완전자회사가 되면 자동 상장폐지된다. 

일부 보도에서는 합병로보틱스가 밥캣 일반주주들의 지분을 공개매수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공개매수가 아니라 주식교환이다. 

아울러 두산이 에너빌리티투자회사(에너빌리티2) 지분을 로보틱스에 “이전한다”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로보틱스로 이전되는 것은 에너빌리티2의 자산과 부채이며 지분은 흡수합병에 따라 소멸한다.

합병과 달리 로보틱스와 밥캣간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서는 회사가 소멸하지 않는다. 두 회사가 각자 존재하면서 완전 모자(母子)회사 관계를 형성한다.
  
이번 재편안이 에너빌리티 주주 민희(100주)와 밥캣 주주 영수(100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가늠해보자.

상장사 A의 어떤 사업부문을 떼내 상장사 B에 합병시키면 A 주주들은 사업부문을 넘겨준 대가로 B의 신주를 받는다.

신주를 얼마나 받을지는 A가 사업을 떼낼 때 적용한 분할비율, 그리고 그 사업을 B가 흡수할 때의 합병비율을 곱한 '분할합병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에너빌리티1과 2의 분할비율은 0.76 대 0.24이다. 로보틱스가 에너빌리티2를 합병하는 비율은 1 대 0.13이다.

따라서 분할합병비율은 ‘0.24(분할비율)X0.13(합병비율)’을 하면 대략 0.03이 된다.

민희는 분할합병이 완료되면 에너빌리티1(76주)과 로보틱스(3주)의 주주가 된다. 인적분할로 떼내어진 사업이 합병될 때는 비상장회사에 적용되는 합병가액평가(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가중평균)가 적용된다. 

영수가 가진 밥캣 주식 100주는 어떻게 될까. 주식교환에 따라 로보틱스 주식 63주로 바뀐다. 교환비율이 1대0.63이기 때문이다. 영수는 밥캣  주주에서 로보틱스 주주로 변신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련 회사들을 쪼개고(분할), 합치고(합병), 바꾸는(교환) 비율이다.
 
분할합병에서는 분할비율에서부터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합병가액평가 즉 합병비율에서의 논란이 더 큰 편이다.

합병비율에 대한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사실상 주주들이 저지한 분할합병의 대표적 사례가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다. 

모비스의 모듈/AS 사업을 떼내 글로비스에 합병시키는 안이었다. 일반주주들과 기관들이 반발했고 글로벌의결권 자문사들까지 일제히 반대의사를 표명하자 현대차그룹쪽에서 스스로 포기했다.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은 어떻게 될까.
 
에너빌리티에서 떼내는 사업이 에너빌리티투자부문(자기 사업은 없고 밥캣 지분만 보유한 회사)이니 실질적으로는 밥캣을 떼내는 것이 마찬가지다.

이 알짜기업 밥캣을 넘겨받는 회사가 하필이면 적자기업이면서 시가총액이 엄청 높은 로보틱스이다. 로보틱스는 밥캣을 자회사화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주식의 포괄적 주식교환까지 단행한다.
 
밥캣은 2023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4000억 원이 넘는데 비해 로보틱스는 200억 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지배주주 순이익과 시총을 비교한 PER(주가수익비율) 배수를 보면 밥캣은 5.3에 불과하다.

로보틱스는 적자기업이지만 시총이 밥캣을 크게 웃돈다. 로보틱스의 기업가치에는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게 녹아있는 반면 밥캣의 기업가치에는 현재 수익창출 능력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밥캣의 지배주주 순자산은 6조 원를 웃돈다. 로보틱스는 44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밥캣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87수준으로 1에 못미친다. 시총이 순자산가치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로보틱스의 시총은 순자산의 12배를 웃돈다.  

상장회사간 주식교환비율은 이익도, 자산도 아닌 주가에 따라 결정된다.

주식교환을 결정한 무렵의 한달간 평균주가를 보면 로보틱스는 8만114원, 밥캣은 5만612원이다.  밥캣 1주를 내놓으면 로보틱스 0.63주 밖에 못받는다는 이야기다.
 
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분할합병에 호의적이지 않다.

주식교환에 대해 밥캣 주주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두 사안 모두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 주총 문턱을 넘은 뒤라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라는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한다.

두산그룹의 사업재편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일단 녹록치 않다.

두산그룹이 의도한대로 진행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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