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명진 SK스퀘어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11번가 지분 매각을 시작으로 실적이 부진한 비주력 계열사들을 빠르게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 남겨둘 계열사는 군살빼기 작업에 들어가고 가상거래소 코빗,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 등 사업이 떨어지는 계열사 지분은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 한명진 신임 SK스퀘어 사장(사진)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주력자산을 정리하고 SK스퀘어의 '글로벌 반도체 투자전문사'로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한 사장은 저수익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SK스퀘어의 투자사업 체질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투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 사장 취임으로 SK스퀘어가 지분 80.26%를 보유한 11번가의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는 큐텐, 알리, 아마존 등 유력 이커머스 플랫폼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돼 왔지만, 인수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아 계속 매각이 지연됐다. 하지만 SK스퀘어의 새로운 수장이 된 한 사장은 일정 부분 양보하더라도, 빠르게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 매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른 계열사들 지분 정리도 지체될 수밖에 없고, 이는 SK스퀘어의 체질개선이 늦어지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는 11번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는데, 오아시스 주식과 11번가 주식을 맞교환하는 방식을 SK스퀘어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1번가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재무적투자자(FI)들 입장에서는 오아시스 조건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향후 오아시스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할 것을 가정한다면 차선책으로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11번가 매각 외에도 콘텐츠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티맵모빌리티 수익성 개선 작업 등도 추진한다.
SK스퀘어가 지분 36.7%를 보유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 기업 콘텐츠웨이브는 CJ ENM의 티빙과 합병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적자를 내고 있는 티맵모빌리티는 우버와 함께 만든 택시사업 합작사 ‘우티 유한회사'(UT LLC) 지분을 매각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1분기 176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3D 디지털휴먼 제작사 온마인드 등 사실상 실패한 투자로 평가받는 기업들은 빠르게 지분 정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스퀘어가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투자했던 코빗, 온마인드를 비롯해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 게임사 헤긴, 에그테크 기업 그린랩스 등은 모두 심각한 ‘적자 늪’에 빠져있다. 또 당분간 흑자전환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그린랩스에 투자한 350억 원을 모두 회계 상 손실로 처리해 장부가액를 0원으로 만들기도 했다.
▲ SK스퀘어는 티맵모빌리티와 원스토어 등 계열사들의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코빗, 온마인드, 스파크플러스 등의 지분은 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한 사장은 비주력 사업을 매각한 자금을 통해 SK스퀘어를 ‘글로벌 반도체 투자전문사’로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와 반도체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한 사장은 SK텔레콤 최고전략책임자(CSO), 글로벌사업개발본부장 등을 지낸 인물로, 2022년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을 거쳐 최근 SK스퀘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현재 SK스퀘어가 해외 반도체 투자를 위해 설립한 투자법인 'TGC스퀘어'는 미국과 일본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이하 소부장)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TGC스퀘어는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 신한금융그룹, LIG넥스원 등이 해외 반도체 기업 투자를 위해 1천억 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투자법인으로, 조만간 투자 성과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NH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 출신의 도현우 상무를 영입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력반도체 등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글로벌 ‘반도체 전후방’ 산업에서 투자처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SK스퀘어 포트폴리오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에 투자함으로써 ‘글로벌 반도체 투자전문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SK스퀘어 관계자는 “앞으로 반도체 중심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로 전환할 것”이라며 “다만 티맵모빌리티와 원스토어 등 성장성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업들은 계속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