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쓰나미] 'AI발' 새 흐름에 산업은행 커지는 역할론, 강석훈 선택과 집중 고심 깊다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2024-07-08 16:4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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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고금리 고환율. 이른바 '3고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수출기업은 물론 내수기업까지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든 산업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무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기존 자원투입 중심 산업에서 생산성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며 '역동경제 로드맵'을 공개하고 기업들의 체질개선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재편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대응 상황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한국 경제 '착시 주의보', 노출되는 한계 신호에 재계 리밸런싱 본격화 2. 'AI발' 새 흐름에 산업은행 커지는 역할론, 강석훈 선택과 집중 고심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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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KT 김영섭 7월 구조조정 미디어에 방점, 콘텐츠 부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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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이 산업계의 화두로 떠올라 산업 전 분야에 파고들면서 정부도 기업의 AI 혁신을 돕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도 정부의 지원 방침에 발맞춰 국가 첨단산업발전을 위한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쏟을 채비를 하고 있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정부의 AI 육성에 발맞춰 관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금융 제공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의 자본금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른 데다 모든 첨단산업분야를 지원하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이 강 회장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출범을 목표로 AI기술 개발과 생태계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5천억 원 규모의 ‘AI코리아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AI코리아 펀드를 통해 마련된 자금을 클라우드, AI모델과 AI응용분야 관련 개발 회사에 투자한다.
강 회장은 이 펀드를 올해부터 해마다 5천억 원씩 확대해 3년 동안 모두 1조5천억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강 회장은 AI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첨단산업 육성 사업인 ‘초격차산업지원프로그램’ 안에 AI분야를 신설하고 올해 말까지 3조 원 한도로 자금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마련해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초격차산업지원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원전을 5대 산업 분야를 꼽아 지원했는데 AI를 새롭게 넣은 것이다.
산업은행이 AI를 포함해 첨단산업분야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책은행으로서 국가 미래 먹거리산업을 빠르게 육성한 풍부한 경험을 지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산업화 시대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핵심역할을 달리하며 국가 산업발전을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 1980년대 부품소재산업 육성과 기계 국산화, 1990년대 첨단산업과 기술개산 지원, 2000년대 벤처생태계 구축의 이면에는 정책금융을 지원하는데 앞장 선 산업은행이 있었다.
이에 정부도 AI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상황에서 관련 산업의 자금 및 투자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산업은행을 정책금융 지원의 최선봉에 앞장세우고 있다.
강 회장도 취임 초기부터 산업은행이 산업 흐름 변화에 맞춰 대한민국의 경제의 1%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첨단전략산업 육성에 힘을 기울여왔다.
강 회장은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5조 원 규모의 초격차산업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혁신성장분야에 대한 투·융자 자금도 2022년 27조4천억 원, 2023년 32조 원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정부의 AI 육성 정책에 발맞춰 AI 코리아 펀드 출시를 예고하며 “인공지능은 경제, 산업,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국가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대기업들 역시 AI로 전환하는 변화의 시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 대변혁기를 맞아 산업은행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언론을 통해 산업은행이 삼성그룹, SK그룹 등과 대규모 투자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산업은행이 관련 보도를 공식 부인하면서 해프닝에 그쳤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위상이 그만큼 올라갔다고 보고 있다.
▲ 올해 산업은행 자본금 한도가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는 10년째 30조 원에 묶여 있는데 그 한도도 올해 기준으로 2조 원도 채 남아 있지 않아 충분한 정책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제한된 재원 안에서 정책금융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자원 배분이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강 회장은 원활한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자본금 확충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지만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을 보면 그리 녹녹한 상황만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강 회장은 6월 기자간담회에서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산업은행의 자본금 확충 필요성을 설명하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며 “법정자본금 한도 증액과 함께 배당 유보, 현물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부 및 국회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