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지주회사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삼성그룹과 두산그룹이 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두산그룹의 경우 지주회사격인 두산이 다시 지주회사로 바뀌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망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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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
채 의원이 21일 지주회사의 설립 및 운영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 의원은 “지배구조 단순화라는 지주회사 제도의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됐다”며 “이제는 지주회사 제도가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와 경영권 세습에 악용되는 것을 보완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요건은 자산총액 1천억 원이 넘는 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모회사가 계열사의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50%를 초과해 소유하면 자회사가 된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주회사 여부를 결정할 때 자회사 뿐 아니라 모든 계열사에 대해 보유한 주식을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실질적으로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지주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각종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사례를 막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역시 강화했다.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을 현행 상장법인 20%, 비상장법인 40%에서 각각 30%, 50%로 올렸다. 부채액이 자본총액의 2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기존 제한도 바꿔 부채액이 자본총액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제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삼성그룹과 두산그룹이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두산은 지난해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에서 벗어났다. 공정거래법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지주비율)이 5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로 지정하는데 두산은 지난해 3월 공시한 재무제표에서 지주비율이 47.8%에 그쳤기 때문이다.
두산이 지주회사에서 제외되면서 두산의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이 공정거래위원으로부터 고발당할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지주회사인 두산을 통해 두산중공업→두산건설→네오트랜스로 이어지는 지분 관계에서 두산건설은 증손회사인 네오트랜스의 지분을 42.86%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정위로부터 위반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두산건설이 시정하지 않자 공정위는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을 정했는데 때마침 두산이 지주회사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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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채 의원의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두산은 다시 지주회사가 된다. 두산의 지주비율은 현행법상 47.8%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비율이 53.2%로 바뀐다. 개정안이 지주비율을 산정할 때 지주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주식 전체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로 전환되면 두산건설은 다시 공정위의 지주회사 규제망에 들어간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물산을 지주회사 전환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하려고 할 때 채 의원의 개정안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주회사가 보유해야 할 자회사의 지분율이 강화되면 삼성그룹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마련해야 할 돈이 26조 원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개정안은 또 부채비율이 10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삼성물산의 경우 부채비율이 2015년 12월 연결기준으로 131.31%에 이르러 개선이 필요하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9월 최소 지분율과 부채비율을 채 의원과 같은 기준으로 규정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채이배 의원의 개정안에는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간사인 김관영 의원을 포함해 20명이, 박찬대 의원의 개정안에는 10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