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에너지사업 구조 개편이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 자리를 옮긴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배터리와 수소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을 전환하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의 사업재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선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수소와 배터리 사업을 위주로 재편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영을 새로 맡게 된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SK온의 경영난을 타개하는 게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다.
최 부회장은 또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전통 석유화학 사업을 배터리와 수소 등 신에너지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수술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재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은 계열사 통합과 매각을 포함한 큰 폭의 사업구조 개편안을 마련한 뒤 이달 28~29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구체적 실행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특히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SK온의 설비투자 자금 확보와 흑자구조를 만드는 게 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지난 2022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에서 분할 출범한 이후 단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다.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2조 원이 넘는다.
영업 현금흐름은 계속해서 마이너스였지만, 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야 했기 때문에 외부 차입에 따른 부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해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합작 등을 통해 배터리 설비투자에 7조5천억 원 가량을 투입해야 하는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SK온 유동 차입금은 7조8613억 원, 사채·장기차입금이 10조3114억 원에 이른다.
SK온 스스로 경영난을 돌파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에너지 사업 전반의 개편 카드를 꺼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SK온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 개편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은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현금 확보, SK온에 다른 자회사를 현금 창출원을 붙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돈을 잘 버는 알짜 회사를 SK온과 합병하면 영업 현금흐름을 통해 자체적으로 투자여력이 늘어날 뿐 아니라, 앞으로 SK온 기업공개(IPO) 때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맥락에서 SK이노베이션과 수소 사업을 하고 있는 SKE&S의 합병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SKE&S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3317억 원에 이르는 알짜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해 기업가치를 키우면 SK온을 지원하기 위한 현금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또 합병 이후 기존 SKE&S 아래 나래에너지서비스(전기, 가스, 증기, 공기 조절 공급업), 프리즘에너지(LNG사업), 부산도시가스 등 자회사를 SK온과 합병해 SK온 현금흐름을 개선할 여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합병은 그룹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 측은 20일 공시를 통해 이같은 합병설에 대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E&S의 합병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이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배터리와 수소를 중심으로 한 미래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에는 이런 그룹 에너지 사업의 전면 재편을 추진하는 데 최 부회장이 가장 적임자라고 최태원 회장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수석부회장은 현재 SKE&S에서도 수석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E&S 통합 시나리오를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셈이다.
최 부회장은 중장기적으로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사업 구조를 배터리와 수소를 중심을 전환하는 작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재편은 SK그룹이 특히 수소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소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2025년 세계 1위를 목표로 한다고 천명했을 정도로 SK그룹의 미래 에너지 사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대한 세계 규제가 갈수록 커질 것이고, 중국과 중동의 석유화학 대규모 설비투자에 따라 갈수록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수소 사업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란 분석이다.
▲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액화수소를 실은 액화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 |
SK그룹의 수소 사업은 최근 들어 진전을 보이고 있다.
SKE&S는 지난달 인천에 연 3만 톤 규모의 세계 최대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하며 수소 생태계 구축의 첫발을 뗐다.
2025년에는 보령에서도 연간 25만 톤의 액화수소 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수소 기술 고도화를 위해 해외 기업과 협력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SKE&S는 미국 수소 전문기업 플러그파워 등과 협력해 수소 유통, 활용 분야 사업을 개척하고 있다.
SKE&S는 플러그파워와 설립한 합작법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통해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전해 설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SK플러그하이버스는 일본 액화수소 기술업체 니키소와 손잡고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