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6-20 14: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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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최하위 등급의 오명을 피했다.
다만 취임 후 첫 성적표가 여전히 낙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만큼 한 사장으로서는 아쉬움이 남게 됐다. 한 사장은 철도사고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며 안전경영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취임 첫 경영평가에서 등급 상향이라는 성과를 냈다. 다만 여전히 D등급에 머물러 있는 만큼 안전경영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 사장이 지난해 7월24일 취임식 직후 충북선 호우피해 현장을 찾아 점검하고 있는 모습. <한국철도공사>
20일 한국철도공사 안팎에 따르면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1단계 상승한 미흡(D) 등급을 받은 데는 안전 관련 지표를 개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철도공사가 최하등급인 아주미흡(E)을 받았던 2022년도 평가결과를 보면 모든 세부항목 가운데 ‘안전 및 재난관리’에서 가장 낮은 ‘E0’ 등급을 받았다.
2022년도 한국철도공사가 안전 관련 분야에서 매우 저조한 평가를 받은 이유는 잦은 중대산업재해 및 철도사고 발생이다.
한국철도공사는 2022년 중대산업재해 4건을 냈다. 2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증가한 것이다. 철도사고 발생 수 역시 66건으로 2021년 48건과 비교해 37.5% 늘어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간한 2022년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철도공사 안전 및 재난관리 분야를 놓고 “전년보다 열차의 탈선과 충돌은 4건이 늘어 16건이며 중대재해는 전년 대비 2명 늘어 모두 4명으로 집계됐다”며 “기관 특성상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대형사고의 확률도 높아 특단의 대책 수립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2022년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으로 시행된 해였기에 더 강도 높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 사장은 6개월 남짓 한국철도공사를 지휘한 첫해 주요 지적사항이었던 사고 건수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05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발주공사 현장을 포함해 단 한 건의 중대산업재해도 내지 않았다.
철도사고 발생 수도 46건으로 전년보다 20건 축소됐고 철도사고에 따른 사상자(사망+중상)도 2022년 59명에서 23명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안전경영 관련 세부지표들을 보면 한 사장이 역량 강화에 힘썼다는 점이 확인된다.
한국철도공사의 안전 예산 집행현황을 보면 지난해 3조2532억 원을 집행했다. 예산 대비 집행률은 90%를 나타냈다.
2022년 집행액 2조7802억 원, 집행률 76%보다 모두 크게 높아진 것이다.
인력 운영 측면에서는 정부 방침에 맞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이를 실천했다.
한국철도공사의 지난해 안전 관련 인력은 모두 1만6279명으로 2022년보다 64명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신규 노선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100명을 늘리면서도 기획재정부의 혁신안을 이행하기 위해 효율화 및 유지보수 기계화 등을 거쳐 정원을 416명 줄였다.
이 과정에서 일반 인력은 211명 줄고 안전 전문 인력은 147명이 늘어났다.
기재부가 2022년 7월 내놓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는 기능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 디지털화 및 자동화에 따른 업무프로세스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성과들은 기재부 전담조직에서 평가한 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한국철도공사는 4월 발표된 2023년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에서도 안전 활동이 보통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보통(3등급) 평가를 획득했다. 2020~2022년 3년 연속으로 안전 활동이 부족하다는 미흡(4등급) 평가에서 상승한 것이다.
한국철도공사는 등급 상승을 통해 4등급 이하 기관에만 부여되는 개선과제 이행점검, 자문 및 안전교육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지난해 7월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이러한 노력으로 한 사장은 취임 이후 처음 받은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적표에서 최하 등급(E)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등급이 한 계단만 올라 여전히 낙제점이라고 평가받는 D등급에 머물러있다. 한 사장의 갈 길이 여전히 먼 까닭이다.
경영평가에서 D등급 이하로 평가된 공공기관은 발표 다음연도 경상경비가 최소 0.5%에서 최대 1%까지 삭감된다.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경영개선 컨설팅도 실시해야 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필요하다.
또 직원들에게는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 실질적 내부 사기에도 직결되는 요소다. 한 사장으로서는 등급 상향이 절실하다.
한 사장은 이번 경영평가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10개 기관 가운데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는 기관장 8명에 속해 기재부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KRiC 철도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철도사고는 10건, 사상자는 8명 발생했다. 사고 17건, 사상자 12명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와 사상자 모두 줄었다.
다만 3월 들어 경부선 영등포-금천구청 구간에서 선로작업을 하던 직원이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사장은 올해 사고를 실질적으로 예방할 방안에 초점을 두고 안전경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철도공사는 중대산업재해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입환작업 전반에 걸친 안전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 양성 및 운행시각 조정 등 자체 계획을 수립해 실천한다.
차량기지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기지설비 개량 및 출입문 개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대신해 선로를 점검하는 무인이동체 상용화를 검토하는 등 첨단설비 도입을 통한 중대산업재해 예방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개발을 마친 철도 분야 특화 위험성평가 모델을 실제 전산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용역 발주도 준비하고 있다.
한 사장은 취임 뒤 공공기관으로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둬 왔다.
한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최근 철도사고는 국민이 코레일의 실력을 미덥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으로 국민이 신뢰하는 철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지난해 7월24일 취임식 직후 곧바로 충북선 호우피해 현장을 점검하면서 안전관리를 당부했고 8월 초 실시한 첫 간부급 인사에서 안전에 무게를 두고 기술 전문가 및 현장 관리자를 전진 배치하기도 했다.
올해 시무식에서는 한국철도공사 디지털 역량을 강조하면서 ‘중대재해 제로(0), 철도사고·운행장애 50% 감축’을 목표로 2026년까지 안전 분야에 5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