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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경영 문외한' 구미현 부부 체제로 바뀐 아워홈,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6-20 14: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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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아워홈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언제나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워홈은 최근 수 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고 구자학 선대회장의 자녀 넷이서 경영권을 가지고 다툰 탓이다. 
 
[기자의눈] '경영 문외한' 구미현 부부 체제로 바뀐 아워홈,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
▲ 아워홈이 18일 '구미현 대표이사 회장'(사진) 체제로 탈바꿈했다.

최근에서야 상황이 마무리됐는데 꼴이 난감하다. 20년가량 경영수업을 받았던 구자학 선대회장의 막내딸 구지은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구자학 회장의 장녀 구미현 회장이 차지했다.

구미현 회장은 여태껏 단 한 번도 기업경영에 참여해 본 적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결혼 이후 전업주부 생활만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돌연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를 꿰찬 것만도 매우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더 당황스러운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최근 아워홈 부회장에 오른 인물은 이영열 전 한양대학교 의대 교수다. 이 부회장은 구 회장의 남편이다. 부부가 동시에 회장과 부회장 자리를 맡은 셈이다.

물론 회사 지분을 들고 있고 경영능력까지 겸비하고 있다면 이를 대놓고 비판하기 어렵다. 하지만 구미현 회장과 마찬가지로 이영열 부회장 역시 사실상 기업 경영을 맡아본 적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워홈은 매출 2조 원을 내는 기업이다. 급식과 외식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 가운데 두세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구미현 회장과 이영열 부회장의 면면을 보면 이런 기업의 지휘봉을 맡은 인물들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듯하다.

물론 이들은 서류상 경영인이기는 했다.

이영열 부회장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아워홈의 등기이사였다.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맡았다. 구미현 회장 역시 2016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기타비상무이사를 지냈다. 하지만 이들을 사실상 보유 지분만 가지고 배당만 받았을 뿐 아워홈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이 아워홈을 이끌게 됐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전혀 과하지 않은 평가다.

대단한 지점은 또 있다.

구미현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자마자 자신을 회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것만 해도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는데 단숨에 회장이라는 이름까지 단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아워홈 4남매 가운데 유일하게 경영수업을 탄탄히 받았던 구지은 전 부회장조차 회장이라는 말은 엄두도 못 냈다. 구지은 전 부회장과 경영권을 두고 끊임없이 갈등했던 구본성 전 부회장도 대표이사 재직 시절 부회장일 뿐이었다.

그런데 1960년 태어난 뒤 60년 넘도록 단 한 번도 경영을 해본 적 없는 인물이 나타나 스스로를 회장이라고 칭하는 것을 어떻게 해야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아워홈의 놀라운 행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미현 회장은 19일 사내 임직원들에게 취임 인사말을 전했다. 이 인사말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회사 대내외 이미지 추락과 성장 동력 저하를 묵과할 수 없었다”며 “주주 사이의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워홈 경영권 분쟁의 역사를 살펴보면 구미현 회장이 이른바 ‘키맨’이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구미현 회장이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바뀌었다. 과거 구지은 전 부회장이 아워홈 대표에서 물러났던 시기는 구미현 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쪽에 섰기 때문이다. 반대로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자리에서 쫓겨났던 결정적 이유는 구미현 회장이 동생들 편에 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구미현 회장의 발언을 보면 자신은 마치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한 태도다.

그동안 구미현 회장이 오빠와 동생들 사이에서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인 이유로 추정되는 지분 매각 문제를 경영권 분쟁과 연결하는 모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영권 분쟁의 주된 원인이 스스로라는 점은 쏙 빼놓고 이를 해결하려면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말은 기자의 눈에 유체이탈 화법의 정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구미현 회장은 스스로도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하다. 2021년 말에 퇴임했던 임원을 불러들여 경영총괄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앉혔다. 이른바 ‘전문경영인 체제’를 하겠다고 포장한 셈인데 이 인물이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을 오래 했다는 것 이외에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는 아직 제대로 검증된 바 없다.

이러한 아워홈의 모습을 보면 그저 씁쓸하다.

구지은 전 부회장 시절이라고 다 좋았을 리 없다. 새 회장이 온 뒤 사정이 활짝 피는 회사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경영 문외한인 부부가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만 맡겨두고 각각 회장, 부회장이라는 명함만 들고 다니면서 자신들의 지분을 매각하는 데만 힘을 쏟을 생각을 하니 걱정스럽다. 아워홈이 그저 별일 없기를 바랄 뿐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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