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6-19 16: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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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 업계는 현재 전기차가 가진 여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배터리 교체 서비스'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배터리·전기차 업체들이 수요침체를 해결하고, 본격적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열 열쇠로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부터 개인이 배터리를 소유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를 공유하는 것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의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전기차를 구매할 때 원가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외한 낮은 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 또 배터리 충전에 1시간(일반 저속충전 기준) 이상 기다려야 할 필요 없이, 5분 내로 충전된 배터리를 전기차에 갈아 끼면 돼 충전에 따른 불편을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7~10년 정도인데, 배터리 수명 걱정 없이 전기차를 탈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낮은 배터리 수명으로 중고차 값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우려까지 없앨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전기차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배터리 교체 서비스'이지만, 당장 상용화가 어려운 상태다. 이유는 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 제도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는 데다, 전기차 배터리마다 규격이 다른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정부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등 기업들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BaaS. Battery as a Service) 상용화를 본격 추진한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3개 부처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현대자동차, SK온 등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은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민관 공동 협의체'를 발족했다.
이날 협의체 발족에 앞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선 관련 기업들이 배터리 교체 서비스,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폐배터리 재활용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같은 획기적 서비스를 위해선 관련 법 개정과 신설 등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이날 국내 최초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을 구축해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피트인의 김세권 대표는 배터리 소유권 분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재 법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의 소유권 분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배터리 공유가 불가능해, 현재 배터리 대여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자동차 관리법 상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부품으로 분류돼 정기 구독 서비스가 어렵다. 자동차와 소유권이 연결된 제품으로 인식돼 배터리만 따로 떼어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법 개정 작업을 하고 있고, 이르면 내년부터 개정 법률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둘러싸고 자동차 제조사, 배터리 제조사, 충전 서비스 사업자 등 사업자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개정 법률 적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교체용 배터리에 관한 보험 적용과 세금 납부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다”며 “배터리가 중고로 나왔을 때 가격 산정 등을 위한 유통체계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피트인의 배터리 교체 서비스 스테이션 모습. <피트인>
충전 비용에 관련한 문제도 존재한다. 현행법 상 배터리가 전기차의 부품으로 인식되는 만큼, 배터리만 따로 충전하게 되면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용 전기가 아니라 일반 전기료를 내야 한다.
배터리 표준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위해선 다양한 전기차와 배터리 규격을 표준화해, 어떤 제조사 전기차 배터리도 쉽게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규격이 상이해 대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불가능하다.
대표적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 세계 각국 제조사가 모두 같은 규격의 배터리를 탑재하는 걸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들은 개별 전기차 성능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며 “표준 배터리에 합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부터 중국에서 배터리 교체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기업 ‘니오’는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국내 기업 피트인은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해 각기 다른 배터리를 맞춤형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를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