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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과 KT 공사비 소송 본격화, 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 가능성에 촉각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2024-06-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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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를 놓고 벌이는 쌍용건설과 KT 사이 법정 다툼이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두 회사 간 소송 결과가 미치는 파장이 상당한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사비 갈등의 핵심인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하는 규정)'과 관련해 대법원이 다른 사건에서 무효로 본 판결이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쌍용건설과 KT 공사비 소송 본격화, 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 가능성에 촉각
▲ 쌍용건설과 KT의 공사비 갈등이 법적 판단을 기다리게 된 가운데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와 업계의 시선이 몰린다. 사진은 KT 판교 신사옥 조감도. < KT >

16일 쌍용건설에 따르면 KT가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T는 5월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쌍용건설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쌍용건설에 공사비를 이미 모두 지급해 그 의무 이행을 마쳐 추가 비용 요구에 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를 법원으로부터 확인받기 위함이다.

쌍용건설은 공사비를 놓고 KT와 합의를 진행하다 언론보도를 통해 KT의 소 제기 사실을 확인했다. 한 달 뒤인 6월10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송달 받았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KT가 제기한 소송에 답변서 제출 등을 통해 대응하면서 동시에 KT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맞서 물가변동에 따른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미 1년 넘게 이어진 KT 판교 신사옥을 둘러싼 쌍용건설과 KT의 공사비 갈등은 결국 법정에서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KT와 쌍용건설 사이 갈등의 쟁점은 결국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2020년~2022년 사이 급등한 공사비용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화할 사정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의 결론은 다른 건설사들이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게 하거나 이미 진행 중인 소송의 결론에도 영향을 줄만큼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국내 건설사 상당수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데다 KT는 국내 주요 건설사와 여러 공사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부동산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부산 동구 오피스텔 건설사업에서 한신공영과, 서울 광진구 재개발사업에서 롯데건설과 쌍용건설과 유사한 공사비 증액 다툼을 벌이고 있다.

KT와 쌍용건설의 법정 다툼이 본격화 하는 상황에서 마침 대법원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판례가 나왔다.

대법원은 12일 발주처와 시공사 사이 공사비 증액 다툼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무효화하는 부산고등법원의 2심 판결을 확정했다.

건설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의 원칙을 담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는 제5항을 통해 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 현저하게 불공정한 때 6가지 경우 그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근거한 부산고법의 판단을 인정했다. 이 조항은 계약체결 뒤 설계변경이나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변경된 계약금액을 일방이 인정하지 않거나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길 때 계약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례에서는 발주처가 시공사와 관련 없는 이유로 시공사에 착공 연기를 요청했고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어진 사이 원자재인 철근 가격이 2배가량 상승했다.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공사비 증액분은 시공사가 모두 감내하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다.

건설업계에는 공사비를 놓고 갈등이 빈번한 만큼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화하는 다양한 사례가 쌓여 있기도 하다. 공공공사 등과 관련해서는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변경을 인정하는 취지의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이 나와 있다.

쌍용건설 역시 지금껏 최근 판례와 비슷한 정부의 유권해석 사례를 들어 공사비 증액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2022년 4월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가 민간공사에도 적용되는지,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이 조항에 근거해 무효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대한건설협회 질의에 모두 긍정하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쌍용건설은 KT 판교 신사옥을 준공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원인으로 한 급격한 물가변동으로 기존 967억 원에 더해 171억 원이 추가로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공 발주 공사에서는 이미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물가 변동에 따라 공사비를 증액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부는 3월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시행지침을 개정해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 계약체결 때 급격한 물가변동을 이유로 사업비를 조정하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택공사들도 관련 조항이 없더라도 감사원의 사전 컨설팅을 거쳐 공사비를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KT가 협상의지를 내비쳐 앞서 광화문 본사 집회를 연기하는 등 건설분쟁조정위원회 절차에 성실하게 임해왔다”며 “다만 KT가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함으로써 협상의 의지 자체가 없음을 드러내 이번 사태에 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KT는 지금까지 계약 내용에 따라 성실히 의무를 이행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계약에 포함된 만큼 쌍용건설이 계약상 근거 없이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설계변경에 따른 쌍용건설의 45억5천만 원 공사비 증액 요청과 100일의 공기연장 요청도 수용했다고 주장한다.

KT 관계자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KT는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공사비 증액 및 공기연장 요청을 포함해 정산을 모두 마쳤다”며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고 사안의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원의 정당한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쌍용건설과 KT 공사비 소송 본격화, 물가변동 배제특약 무효 가능성에 촉각
▲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한편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앞으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정하는 판단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법인 바른은 5월30일 내놓은 ‘공사대금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최근 판례동향’ 보고서에서 “법원은 공공계약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유효성을 인정한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필두로 특약 효력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사적자치의 원칙이 적극 적용되는 사인 사이 계약에서는 특약의 효력이 더욱 엄격히 준수돼야 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확정된 대법원 판결을 놓고 “일반적 계약의 해석상 일반규정에 우선하는 특약사항으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약을 무효로 판단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적극적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바른은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관련해 건설산업기본법 이외에도 추가 쟁점이 발생할 여지가 있고 사건별로 사실관계가 다양한 만큼 당사자들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제한된 판례에서는 발주처 요청에 따라 공기가 연장돼 그 사이 공사비가 급증했다는 점이 판결에 중요하게 반영됐다. 발주처의 책임이 비교적 큰 사례였다는 의미다.

공기와 관련한 측면만 봐도 쌍용건설-KT 분쟁과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KT는 판교 신사옥과 관련해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및 공기연장에 관한 쌍용건설의 요청을 이미 수용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쌍용건설은 설계변경이 시공사가 주도해 결정한 사안이 아니라 발주처와 시공사의 상호 필요와 사전 동의 하에서만 이뤄졌다고 맞서고 있다.

바른은 “물가변동 배제특약 논의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이외에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민법 등이 추가 쟁점화할 수 있다”며 “특약의 효력배제를 주장하는 시공사측은 물론 효력유지를 주장해야 하는 발주자측 모두 법적 쟁점과 사실관계를 사전에 검토해 대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장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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