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복합리조트 도약을 추진하고 있는 강원랜드가 정부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규제 관련 업무를 맡았던 관료 출신을 선임하면서다. 강원랜드가 해외 카지노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남한규 강원랜드 신임 경영지원본부장. <강원랜드> |
14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도약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K-HIT’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규제 현실화 분위기 형성을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원랜드는 12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그랜드호텔 컨벤션타워에서 제31차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남한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규제개혁법무담당관실 서기관을 신임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선임했다.
경영지원본부장 최종 후보군 가운데 리조트 전문가, 윤리경영 전문가를 제치고 규제 업무를 담당했던 관료가 낙점된 것이 눈에 띈다.
강원랜드는 올해 비카지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즐길 거리, 먹거리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리조트 산업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가 경영지원본부장이 되는 것이 아니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또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역대 가장 낮은 D등급을 받았던 원인으로 강원랜드의 미흡한 윤리경영 문제가 꼽히면서 관련련 전문가가 영입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강원랜드는 낮은 청렴도, 부족한 윤리경영 등 때문에 윤리경영 분야에서 E0 등급을 받았다.
강원랜드 주주들이 남 본부장을 선임한 것은 그가 쌓은 규제 관련 업무 경험과 함께 관료 출신으로서의 이점을 중시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주주들은 규제 혁신을 통한 카지노 분야의 경쟁력 강화가 다른 무엇보다도 강원랜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는 현재 매출 총량, 출입 일수, 게임장 면적. 테이블 숫자, 배팅 한도, 이용 시간 등 다양한 부분에서 각종 규제가 많아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
사행산업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온라인 불법 도박, 해외 카지노 복합리조트와의 경쟁에서 강원랜드의 성장을 막는 방해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 “강원랜드의 핵심 성장 동력은 정부의 규제 완화”라며 “2029년 오사카 복합리조트 신설에 따른 국외 자금 유출 차단 및 지역 경제 안정화를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왼쪽)이 1월13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을 방문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시설 점검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 |
앞서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 또한 올해를 ‘규제 혁신 원년’으로 삼겠다며 규제 완화를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최 직무대행은 1월2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시무식에서도 제1과제로 ‘규제 해소를 통한 리조트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강원랜드가 글로벌 복합리조트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폐광지역 관광산업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랜드의 카지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은 강원랜드만의 일이 아니다. 강원 삼척시·영월군·정선군 등 폐광지역 지방자치단체도 강원랜드 카지노 규제 해소를 위해 나섰다.
박상수 삼척시장, 최명서 영월군수, 최승준 정선군수 등 폐광지역 지자체장들과 최 직무대행은 올해 1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를 앞두고 정선을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만나 카지노 규제 해소를 건의했다.
최 직무대행은 “해외 원정, 불법 카지노 급증은 지역과 상생하는 강원랜드의 매출 회복세 둔화로 이어져 지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2024년을 강원랜드 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글로벌 복합리조트로 성장을 위해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을 맡고 있는 최승준 군수 또한 “규제보단 건전한 게임문화 육성을 위한 영업장 면적과 테이블 수 확대 등의 규제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군수는 강원랜드가 글로벌 리조트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올해 신년인사에선 강원랜드 규제 해소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겠단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선군 특별법에 담겨야 하는 지역 정책 과제 하나로 카지노 규제 완화를 꼽으며 구체적으로 △매출 총량제 △출입 일수 △이용 시간 제한 △테이블 증설 △게임장 면적 확대 등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폐광지역인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지역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도 강원랜드 카지노 규제 완화를 제22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 의원은 7일 MBC강원영동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강원랜드가) 현재 방식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기 때문에 대폭 규모를 확대하고 영업방식의 규제를 혁파하고자 지금 노력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