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전력산업이 백척간두에 있다”며 “국가 위기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대한데 이렇게 가볍게 생각할 수 있나, 이렇게 관심이 없을 수 있나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 뒤로 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이 정의로운 전환 소송 경위와 경과를 기자들과 공유했다. 전력연맹은 지난해 7월11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남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 2기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문제가 본격적으로 커졌다고 바라봤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사회계층 대표성이 배제되고 전문가 위주의 위원 편성이 이뤄졌다”며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 사회계층의 의견을 듣고 대표성을 반영하도록 명시했는데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전력연맹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표하던 76명의 위원이 전문가 위주인 32명으로 줄어든 것은 단순히 인원을 줄인 것이 아니라 법률을 어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위법하게 구성된 탄녹위에서 결정한 국가 기본계획 의결 역시 위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하주희 법무법인 율립 변호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전력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하주희 변호사는 ‘정의로운 전환’ 소송이 진행된 법률적 배경으로 2022년 공포 및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을 꼽았다.
그는 “2022년 10월 탄소중립기본법은 ‘정의로운 전환’ 개념의 기본 원칙을 넣는 등 실제로 2050년 전환으로 이행하는 것을 고려해 만들어진 사실상 첫 번째 법안이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이해관계자의 대표성을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그 대상도 매우 자세하게 설정해 매우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하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참여의 원칙을 어기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재판에 임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송에서 정부는 3쪽 정도의 답변서만 제출하고 위원들이 어떻게 추천받아서 대표성을 지녔는지는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며 “특히 노동자 계층의 대표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소송은 전력연맹에서 큰 도전을 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내리는 판단과는 별개로 법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 도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전력연맹은 이번 소송이 만약 기각 또는 패소하더라도 법안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1차 소송은 노동계에서만 참가했으나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표성 반영이 명시된 단체들과도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더 강한 위원 구성 조건을 규정한 새로운 법안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서는 한국전력공사의 자구안으로 제기된 한전KDN 지분 매각과 관련한 비판도 제기됐다.
전력연맹은 공기업인 한전KDN 이사회 당일에 안건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이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해당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한국전력공사에서 한전KDN 매각의 타당성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남태섭 사무처장은 “전력연맹은 이사회 결정 과정에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전KDN 지분 매각 결정이 이사들의 배임이라고 설명했다”며 “한전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매각 판매 결정이 배임이 아니라는 근거를 쌓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철호 위원장은 한전KDN 지분 20% 매각 결정을 놓고 민영화를 추진하는 방식이 교묘하게 진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전은 20% 지분 매각을 놓고 민영화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나 비슷한 단계를 밟았던 한전KPS, 한전기술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2%만 누군가에게 팔아버리면 바로 민영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연맹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하려면 시민사회, 기후환경, 노동조합이 모두 함께 연대체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 사무처장은 “현재 전력산업 공공성은 사회적 문제이기에 전기 에너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선 범국민 연대체 건설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전환 속도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 주체의 공공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다른 단체들과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시민사회단체, 기후환경단체, 학계 및 전문가 단체, 노동단체가 함께 모이는 플랫폼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철호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기 안정성”이라며 “재생에너지로 무조건 바꾸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 이념의 문제에서 한걸음 벗어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