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1967년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DGB대구은행이 ‘아이엠뱅크(iM뱅크)’로 사명을 바꾸며 시중은행으로 첫 발을 뗐다.
황병우 아이엠뱅크 행장은 은행권 ‘메기’를 꿈꾸고 있다. 전국구 은행으로 적은 영업점포수를 극복할 수 있는 ‘디지털’ 경쟁력이 황 행장의 무기로 꼽힌다.
▲ 황병우 DGB금융그룹 회장 겸 iM뱅크 행장. |
5일 대구 수성 본점에서 DGB대구은행이 아이엠뱅크로 이름을 바꿔 공식 출범하면서 국내 7번째 시중은행이 탄생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아이엠뱅크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한 만큼 은행권의 시선은 아이엠뱅크가 얼마나 ‘메기’ 역할을 해내느냐로 쏠린다.
적은 점포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황 행장의 핵심 과제로 평가된다.
아이엠뱅크는 그동안 지방은행이었던 만큼 규모 면에서 기존 시중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
아이엠뱅크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3월 말 기준 198개로 시중은행의 3분의1 수준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NH농협은행의 점포수가 1102곳으로 가장 많고 KB(798개)와 신한(716개), 우리(700개), 하나(599개) 등이 뒤를 잇는다.
간단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ATM 등 자동화기기 숫자도 3월 말 기준 1534개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하나(3532)의 절반 수준이다.
자산 규모 역시 3월 말 기준 79조6291억 원으로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적은 우리은행(538조6천억)의 15% 수준에 그친다.
황 행장은 전국 영업망 구축을 위한 첫 거점으로 지방은행이 없는 강원도를 점찍었지만 이곳에서도 경쟁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지역에는 시중은행 가운데 농협은행이 가장 많은 점포(62개)를 두고 있다. 신한은행은 과거 강원은행을 인수한 영향에 그 다음 많은 점포(27개)를 운영하고 있다.
두 은행은 이에 따라 지역사회 공헌도나 지역사회와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도 금고도 오랫동안 맡아 오고 있다.
황 행장은 다만 무리해서 영업점포를 늘리지 않고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토대로 영업력을 키울 전략을 세웠다.
시중은행 전환 슬로건도 ‘전국의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뉴 하이브리드 뱅크’를 제시했다.
그는 3월 핀테크 관계자를 만난 뒤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금융 한계를 벗어난 거대한 플랫폼을 목표로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시중은행의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전용 스마트 캠퍼스 플랫폼 ‘아이엠 유니즈(iM uniz)’와 청소년 금융 플랫폼 ‘아이엠아이(iM-i)’ 등을 출시해 다양한 연령층의 사용자가 혁신적이고 편리한 디지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행장은 이를 위해 아이엠뱅크의 모바일 앱 경쟁력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4월에는 디지털 마케팅과 기획, UI·UX, 웹 디자인 등 27개 분야에서 경력 전문 직원을 공개 채용했다.
내부통제 강화도 시중은행 안착을 위한 황 행장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 아이엠뱅크 기업 아이덴티티(CI). <연합뉴스> |
아이엠뱅크에서는 지난해 증권계좌 임의개설 사건이 벌어져 내부통제 구멍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도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금융위는 아이엠뱅크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내주며 ‘내부통제 체계의 적정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영진에게는 전사적 쇄신과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확약서도 받았다.
황 행장은 금융사고에도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전환으로 가는 길을 터 준 만큼 앞으로 내부통제와 관련해 모범을 보여야 하는 셈이다.
그는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받고 “57년 동안 쌓은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 함께 하고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로 동반성장할 것”이라며 “확고한 건전성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새바람을 일으키고 금융시장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과 DGB금융에서만 30여 년을 보냈다. 1967년생으로 대구 성광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경북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구은행에 발을 들였다.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을 거쳐 DGB금융지주 경영지원실장과 ESG전략경영연구소장 등을 맡았다. 2023년 1월 역대 가장 젊은 나이로 대구은행장에 올랐고 올해 3월에는 DGB금융 회장에 올라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