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기업형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정도다.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롯데쇼핑은 롯데슈퍼를, GS리테일은 GS더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곳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품는다면 단숨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각 기업형슈퍼마켓 매출은 GS더프레시가 1조4476억 원, 이마트에브리데이 1조4047억 원, 롯데슈퍼는 1조3063억 원 등이다.
지난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출은 약 1조2천억 원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하는 곳이 이마트, 롯데쇼핑, GS리테일 가운데 하나로 결정된다면 매출을 경쟁사보다 2배 가깝게 낼 수 있는 것이다.
매장 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매장은 모두 413개다. GS더프레시가 434개, 롯데슈퍼가 358개, 이마트에브리데이가 25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물 가치를 놓고 매력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매물로서 매력이 있는 것과 인수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다른 얘기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업형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세 회사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전에 뛰어들기에는 각 회사마다 안고 있는 고민의 무게가 작지 않아 보인다.
이마트는 4월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겸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이사가 취임 이후 추진해 왔던 통합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결정이다. 통합법인 출범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마트는 기업형슈퍼마켓 매장 수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이마트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직영점 27개와 가맹점 7개를 새로 오픈했지만 직영점 30개와 가맹점 9개를 폐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에만 매장 5개가 줄었다. 올해 5월 기준으로도 지난해 말보다 매장 1개가 줄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수를 줄이고 통합 소싱을 위해 합병까지 하기로 한 이마트가 과연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에 나서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신세계그룹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매출 37조9578억 원, 영업이익 1조1753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8.8%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5%가 줄었다. 순이익은 2022년보다 11.5%가 줄었다.
신세계그룹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한 계열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도 이마트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겸 롯데슈퍼 대표)은 취임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부분을 육성하는 것이다.
강 대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슈퍼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롯데슈퍼가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롯데쇼핑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운영하는 이마트와 롯데슈퍼를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인수에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마트나 롯데쇼핑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판단 문제와 근거리 점포 중복 문제 등 복잡한 것이 많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GS리테일도 인수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GS리테일은 2021년 7월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을 인수했다. 투자한 금액만 3천억 원이지만 요기요는 최근 쿠팡이츠에게도 밀리면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문 쇼핑 플랫폼 어바웃팻, 펫프렌즈, 푸드스타트업 쿠캣 등 GS리테일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인수한 신사업들도 성과가 모두 부진하다.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관심을 보이지 않겠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 역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가 오프라인으로 사업 확장을 할 의지가 있을지가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두 회사가 굳이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힐 이유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 MBK파트너스는 그동안 홈플러스에 대해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많다며 매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매각이 쉽지는 않아보인다.
쿠팡은 이미 온라인 사업만으로도 유통업계 강자로 자리잡았다. 오프라인 유통사들조차 쿠팡을 뒤쫓아 온라인으로 사업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쿠팡과 자주 비교되는 아마존은 오프라인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가 최근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아마존이 여전히 오프라인 사업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지만 서점, 의류 매장, 아마존 프레시 등 많은 점포를 닫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쿠팡이 급하게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해 오프라인 사업에 뛰지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유통업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인수할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은 3년 동안 한국에 모두 11억 달러(약 1조4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안에 2억 달러를 투자해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면적으로 물류센터를 세운다.
물류센터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온라인 플랫폼 배송 서비스를 위해 한국에 1조4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인수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이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하기가 힘들어 인수 대상의 몸값을 낮추기 위해 서로 관심이 없다고 했다가 갑자기 뛰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유통업체가 인수하게 되면 구조조정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MBK파트너스로서는 사모펀드가 인수해 가는 그림을 바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제 막 매각 절차가 시작된 상황이고 주관사를 선정해 인수 대상자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