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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4-05-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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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 5월15일 수요일 호주 시드니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에서 만난 조지(87)는 은퇴 전 회계사로 일했다. 노래 부르기가 취미라는 그는 현재 호주의 젊은 세대는 일할수록 더 큰(Biggest) 슈퍼애뉴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거라며 시스템이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시드니(호주)=비즈니스포스트] ‘럭키(lucky)’ ‘해피 라이프(happy life)’ ‘원더풀(wonderful)’.

화창한 5월15일 어느 평범한 수요일, 호주 시드니 중심가 퀸빅토리아빌딩 건너편에 위치한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WesleySchool for Senior)'에서 만난 어르신들에게 은퇴생활에 대해 묻자 이렇게 기분 좋은 단어들이 돌아왔다.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는 55세 이상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미술과 노래, 라인댄스, 태극권, 컴퓨터, 각종 언어수업 등 다양한 강좌를 제공한다.

강좌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이곳은 직장생활을 은퇴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사람들이 모여 취미생활을 즐기고 친구를 만나는 장소다.

이날 오전 한 교실에서 각자 물감과 붓, 캔버스를 펼쳐놓고 그림 그리기에 한창이던 로레인과 조지, 글로리아도 이곳에서 주기적으로 만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고 한다.

은퇴한 지 벌써 20년이 됐다는 로레인은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퇴직연금) 시스템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나도 현재 퇴직연금을 받고 있다”며 “(이런 시스템이 있어) 우리는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로레인은 로펌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잠시 직장을 떠나 있다가 선생님으로 재취업해 20년을 더 일했다. 

조지(87)는 은퇴 전 회계사로 일했다. 

조지는 “1990년대 중반에 퇴직했으니 직장생활만큼 은퇴생활이 오래됐다”며 “당시에는 퇴직연금 기여금도 수익률도 지금만큼 높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젊을 때 투자를 좀 해서 여유자금이 있어서 다행이지”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다만 조지는 “현재 젊은 호주 사람들은 일할수록 더 큰(Biggest) 슈퍼애뉴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며 "시스템이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바라봤다.

조지는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 강좌 중에 노래수업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이날도 대화가 끝나자 얼른 노래를 부르러 가야 한다며 짐을 챙겼다.

글로리아(88)는 24년 전 홍콩에서 호주로 이민을 왔다. 글로리아는 “호주에서 시니어의 삶(라이프)은 굉장히 행복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퇴직연금뿐 아니라 의료시스템도 단단하다는 것이다.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 젊은 시절 예술계에 종사했던 글로리아(88)는 은퇴를 하고 여유시간이 생기면서 좋아하는 그림을 맘껏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은 팝아트스러운 느낌의 드로잉으로 이미 골라뒀다. 글로리아는 이날도 오전 내내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의 한 교실에서 그림 작업에 몰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리아는 실제 4년 전 심장수술을 받았고 그 전에는 흑색종 수술도 해야 했는데 제도 덕분에 입원 비용 등을 걱정하지 않았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복도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슈퍼애뉴에이션 취재를 한다고 하자 그럼 호주로 이민을 오라며 여러 번 반복해 “컴 히어(Come here)”를 외치기도 했다.

호주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뿐 아니라 시드니의 해변가, 테니스클럽만 가도 수영과 브런치를 즐기는 어르신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시드니 본다이비치, 맨리비치 등 유명한 지역들마다 요트, 수영 등 취미활동을 위해 뭉치는 시니어클럽이 있고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어르신들을 만나는 게 일상이라고.

이번 일주일의 짧은 출장에서 본 것은 호주 노년사회의 단면이겠지만 은퇴 뒤 노후를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여유 있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특히 현재 호주의 은퇴세대와 3040 젊은 세대 모두 미래로 갈수록 슈퍼애뉴에이션 시스템이 더욱 안정적으로 노후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 '신뢰'가 느껴졌다.

호주 출장 기간 인터뷰한 로스 클레어 호주연금기금협회 리서치부문 이사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펀드 가입자는 자신의 은퇴 저축금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는데 그의 자신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머서와 글로벌 투자전문가협회(CFA연구소)는 2009년부터 해마다 세계 주요국가의 연금제도를 평가한 ‘글로벌 연금지수’ 보고서를 발표한다.

2023년 글로벌 연금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연금제도는 적정성과 지속성, 통합성 등 항목의 종합점수가 77.3점으로 세계 5위에 올랐다. 한국은 종합점수 51.2점을 받아 보고서가 분석한 47개 국가 가운데 42위에 그쳤다.

시드니의 햇살 쨍쨍한 날씨만큼 환했던 사람들을 보고 돌아오니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도 어서어서 서두르자고 재촉하고 싶어졌다. 박혜린 기자
 
[노후, K퇴직연금을 묻다 호주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 15일 호주 시드니 웨슬리스쿨 포 시니어 라인댄스 강좌는 앞서 오전 태극권 수업을 듣던 '수강생'이 강사가 됐다. 캐주얼한 복장으로 각자 수업에 참가한 수강생들은 먼저 댄스 스텝을 배우고 곧 음악을 틀고 실전 연습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당신의 노후 계획은 안녕하십니까. 올해 한국사회는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차를 맞았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퇴직 이후 안정적 삶을 보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퇴직연금'이 되기 위해선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비즈니스포스트는 특별취재팀을 꾸려 퇴직연금 선진국을 찾는다.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호주, 일본, 미국의 퇴직연금 장단점을 알아보고 국내 퇴직연금제도가 가야할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 호주 글 싣는 순서
① ‘유어 퓨처, 유어 슈퍼’, 연 9%대 수익률로 '질 좋은 노후' 신뢰 쌓아
② 매튜 린든 SMC 전략총괄대표 “장기운용 시스템이 마법의 수익률 낸다”
③ 커스틴 사무엘스 FSC 정책이사 “치열한 퇴직연금 운용경쟁, 정부 2번 퇴짜 땐 시장 퇴출”
④ 크리스 브라이키 스탁스팟 CEO “퇴직연금 투자의 새 트렌드 ETF, 자산운용 다양화 계속된다”
⑤ 로스 클레어 ASFA 리서치부문 이사 “호주 은퇴자 30% 안락한 노후, DC형의 롤모델”
⑥ 연금 개혁은 계속된다, 퇴직연금협회 웨비나 “다음 과제는 성별 격차 해소”
⑦ “우리는 행운아! 은퇴생활도 햇살 쨍쨍",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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