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3 후속 모델로 올 하반기 북미시장에 출시되는 기아 K4. <기아 미국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면서 내연기관차 모델의 단종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다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내연기관 차량들은 판매 시장에서 갖춘 입지와 소속 브랜드, 모델별 특징 등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황혼기를 맞이하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와 준중형 세단 K3를 국내에서 단종할 계획을 세웠다. 기아는 오는 7월 오토랜드 화성에서 후속모델 없이 두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다.
기아는 최근 전기차 브랜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올하반기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개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모하비와 K3가 단종되면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내연기관 모델은 기존 12종에서 10종으로 줄어든다. 반면 전기차는 현재 레이 EV, 니로 EV, EV6, EV9 등 4차종에서 내년까지 EV3, EV4, EV5가 합류하며 7차종으로 증가한다.
다만 이런 가운데도 모하비와 K3는 중기적으로 다른 운명을 맞게 됐다.
모하비는 2008년 첫 출시 뒤 1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반면 K3는 후속모델 K4를 통해 북미 지역에서 브랜드 대표 모델로서 활약을 이어가게 됐다.
국내에서 단종되는 두 차종이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이들이 세계 판매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모하비는 현재 내수용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자동차차 시장에서도 모델 노후화로 인해 판매량이 최근 바닥을 찍었다.
모하비는 올해 1~4월 국내에서 1087대가 팔리는데 그치며 기아의 모든 내연기관 레저용차량(RV) 가운데 판매량 꼴찌를 기록했다. 모하비는 2008년 출시된 뒤 완전변경(풀체인지) 없이 1세대 모델이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반면 K3는 내수 판매에선 경쟁자인 현대차 아반떼에 완전히 밀렸지만, 미국에선 대표 볼륨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K3(수출명 포르테)는 올해 1~4월 미국에서 누적 4만1708대가 팔려 스포티지(4만5110대)에 이어 브랜드 내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
이렇듯 내연기관 모델들은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각자 다른 모습으로 황혼기를 지내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면서 내연기관 차종이 오히려 판매 모델을 늘리는 사례도 다수 관측된다.
현재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하고 있는 기아 셀토스의 경우 내년에 출시하는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추가한다.
셀토스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압도적 최강자이자 기아 글로벌 판매에서 스포티지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글로벌 볼륨 모델이기도 하다.
특히 셀토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재 글로벌 수출 허브로 주목하고 있는 인도 시장에서 기아가 2019년 처음 현지 생산을 시작한 차량이다. 현재 쏘넷과 함께 현지 판매 양대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셀토스는 전기차 전환이 느린 신흥 시장에서 활약하며 가장 오래 살아남는 내연기관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는 기아와 달리 전기차 신차가 잇달아 출시되는 가운데도 내연기관 모델을 유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부터 현대차그룹 전용전기차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준중형 전기 SUV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를 잇달아 내놨지만 해당 차급의 내연기관차를 단종하지 않았다.
모하비와 같은 준대형 SUV인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내년 초 풀체인지를 거치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차종으로 학대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라인업에 추가하는 내연기관 모델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 스포츠 세단은 보다 빠르게 고성능 전기차에 바통을 넘기는 분위기다.
기아는 작년 5월을 끝으로 스팅어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출시와 동시에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 4.9초로 국산차 역대 최단 기록을 갈아치웠던 스팅어의 빈자리는 기아의 첫 고성능 전기차 EV6 GT가 메웠다.
내연기관 스포츠 모델들은 전기차보다 역동성 측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
엔진에서 폭발을 일으키고 분당회전수(rpm)를 올려 최대토크에 도달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로 모터를 돌리는 단순한 구조를 갖춘 전기차는 가속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EV6 GT의 제로백은 3.5초로 스팅어보다 한 단계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자동차업게에선 스팅어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제네시스 G70 관련 단종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G70 3.3 가솔린 터보 모델의 제로백은 4.7초, 작년 9월 출시된 현대차의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의 제로백은 3.4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