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유통업계에서는 한국콜마가 자회사 연우로부터 5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지급받으며 다소 무리하게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연우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다. 한국콜마는 2022년 연우의 지분 55%를 2864억 원에 인수했다. 올해 초 포괄적 주식교환 작업을 통해 한국콜마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연우의 유동자산은 947억 원이다. 유동자산의 절반 이상을 중간배당으로 잡은 것은 다소 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연우의 실적도 인수합병 이전과 비교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적자가 이어졌다.
연우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억1천만 원을 냈다. 한국콜마의 인수 이전인 2021년에 영업이익 299억 원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인수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된 셈이다.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현금배당을 시행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우는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약 2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해왔는데 올해는 500억 원으로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연우가 한국콜마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직후 배당금이 25배나 늘어난 것이다.
한국콜마는 2016년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공격적 투자를 이어왔다. 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의 지주사다.
윤 대표는 2016년 해외시장 발판 마련을 위해 미국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콜마USA, 콜마캐나다를 사들였다.
2018년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 인수에도 앞장섰다.
인수금액은 당시 1조3100억 원에 달했으며 인수자금의 69%인 9천억 원 가량을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당시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에서는 한국콜마가 HK이노엔 인수로 과중한 차입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 연우가 한국콜마의 완전자회사 편입 이후 5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사진은 연우의 화장품 용기. <연우>
HK이노엔 인수 이후에도 제약바이오분야의 투자는 지속됐다.
윤 대표는 2019년 HK이노엔 수액제 신공장 건설, 2021년 인공장기기술기반 바이오기업인 넥스트바이오 지분 40% 인수, 다수의 바이오기업 지분투자 등을 이어갔다. 2022년 KB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하는 2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투자펀드에 단독 출자기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한국콜마의 단기차입금은 2021년 3286억 원, 2023년 5965억 원, 올해 1분기 6236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콜마가 지속적 외형성장을 이루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차입금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존재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물론 윤 대표의 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HK이노엔의 신약 ‘케이캡’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며 화장품 사업과 함께 한국콜마의 매출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콜마 전체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화장품 사업이 40%, HK이노엔이 37%를 기록했다.
다만 최근 6년 동안 조 단위의 투자금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한국콜마가 회수시기를 엿보고 있을 가능성도 낮지 않다.
최근 결정된 연우의 5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에 한국콜마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연우 이사회 내에서 박상용 연우 대표이사, 정성호 연우 사내이사, 원승찬 연우 기타 비상무이사는 이전 콜마홀딩스 임원이다. 이사회 6인 가운데 절반이 콜마홀딩스 출신인 셈이다.
물론 이들의 현재 소속은 연우다.
하지만 한국콜마가 박상용 콜마홀딩스 부사장을 연우 대표이사로 선임한 시점은 연우를 인수하고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다. 인사를 통해 연우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콜마는 2014년부터 배당금수익 부문에서 지속적 적자를 기록해왔다. 올해 500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되면 창사 이래 첫 배당금수익 흑자를 기록하게 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연우는 한국콜마의 100% 완전자회사로서 효율적인 자본배분을 통해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본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성장축으로 한국콜마는 이번 배당을 통해 시설 투자 등 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