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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부업으로 돈 버는 월마트, 국내 대형마트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5-20 15: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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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부업으로 돈 버는 월마트, 국내 대형마트 발상의 전환 필요한 때
▲ 월마트는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업체라는 한계를 스스로 깨고 항상 성장하고 있다. 월마트의 전략이 국내 대형마트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은 이유다. <월마트>
[비즈니스포스트] 월마트를 보면 항상 놀랍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성장 탓에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유통기업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경향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글로벌 1위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뿌리를 둔 미국에서라면 오죽하랴.

하지만 월마트는 꾸준히 성장한다. 때때로는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과까지 낸다. 월마트를 향해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 업체는 힘들지’라고 자신했던 전문가들의 시각도 이미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월마트를 향한 시장의 기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은 시가총액에서 잘 드러난다.

월마트 주가는 17일 64.6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1972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뒤 최고가다. 월마트 시가총액이 5천억 달러를 넘어선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15%가량 웃돌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만하면 월마트가 잘 나가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 탓에 수년째 맥을 못 추고 있는데 도대체 월마트는 어디서 답을 찾았을까?

월마트의 실적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내 대형마트들이 주목하는 부분과 상당히 다른 지점들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월마트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커머스’와 ‘광고’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월마트는 “글로벌 이커머스 매출이 21%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커머스 사업만 놓고 보면 성장률이 22%인데 이는 아마존의 1분기 이커머스 성장률 10.3%를 2배 이상 앞선다.

월마트에 따르면 월마트 온라인몰에 오픈마켓 형태로 입점한 판매자 수는 1분기에만 36% 증가했다. 물론 아직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에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어 차세대 이익 창출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광고사업 역시 24% 성장했다. 월마트가 2021년 1월 선보인 월마트커넥트 역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6% 늘었다.

월마트커넥트는 월마트 온라인쇼핑몰과 매장 등 고객과 접점이 있는 곳에 개인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멤버십도 월마트의 실적을 견인하는 또 다른 축이다. 월마트는 멤버십 ‘월마트플러스’의 미국 매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24% 늘었다고 밝혔다.

월마트플러스는 월마트가 2020년 9월 내놓은 멤버십 제도다. 연회비 98달러만 내면 미국 전역에 있는 월마트 매장에서 35달러 이상의 식료품을 주문하면 무료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엑손모빌 등 미국 1만3천 개 이상의 주유소에서 1갤런당 10센트를 할인해주기도 하며 온라인스트리밍서비스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 4만 개 이상의 인기 영화와 스포츠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물론 월마트의 본업인 소매판매 사업이 굳건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월마트가 본업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이른바 ‘부업’에서 힌트를 찾아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월마트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월마트가 2024년 4분기(2023년 11월~2024년 1월) 회계연도부터 광고사업을 별도로 떼어내 세세한 현황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국 증권사도 이 점을 주목해 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숨겨진 신사업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며 “한국 유통기업과 달리 월마트는 이커머스와 광고 등 신사업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의 성과를 보면 한국에서 성장 전략을 찾지 못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대형마트3사가 항상 강조하는 것은 본업의 경쟁력 확보다. 더 신선한 신선식품을 팔고 이커머스 플랫폼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산품을 판매하는 것에 집중한다. 오래된 점포라면 재단장을 통해 고객들에게 쾌적한 쇼핑 경험을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노력이 틀린 방향은 아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오프라인 유통기업이라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과연 옳은 방향인가 하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일이 안 풀리면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법도 한데 여전히 일을 더 열심히 하자는 다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대형마트들이 강조하는 대로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여봐야 어느 누가 압도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마트 상품이 아니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노력 끝에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플랫폼의 상품 경쟁력 차이는 미미할 정도로 좁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신선하고 좋은 제품’에 집중하자고 서로를 독려하는 것은 뚜렷한 전략 없이 그저 ‘힘내자’고 하는 의미없는 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국내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한 시간이 한두해가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수 있다.

월마트가 오프라인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매장 곳곳에 광고판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돈을 벌기 시작했듯, 전국 단위의 물류망 구축을 통해 지역 업체의 배송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로도 돈을 벌기 시작했듯,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방문하는 진짜 고객들의 힘을 '멤버십'이라는 이름으로 모아 안정적인 고정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듯 국내 대형마트들도 눈을 돌려보면 돈을 벌 만한 구석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신선식품의 경쟁력 강화 덕분에, 혹은 기존 매장의 리뉴얼 효과 덕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등했다는 틀에 박힌 실적 발표를 더 이상 보고싶지 않다.

월마트처럼은 아니더라도 ‘한국 기업도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만한 새로운 전략을 기다려본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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