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증권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올해 쾌조의 첫 출발을 알렸다.
삼성생명 출신의 ‘보험맨’ 박종문 대표이사 사장이 전략적 행보를 자신감있게 취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리테일 부문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 삼성증권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박종문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리테일 강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316억 원, 순이익 2531억 원을 냈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2.9% 감소, 0.2% 상승한 것으로 전반적으로 횡보세를 보였다.
다만 시장의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결과로 분석된다.
기존에 증권가에서 바라본 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210억 원, 순이익은 1740억 원이다. 지난해 4분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황 악화로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적자전환하자 기대치가 크게 낮아졌다.
국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은 유독 보수적인 경영기조로 정평이 나 있었으므로 시장의 충격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1분기 실제 영업이익은 전망치를 약 50% 웃돌았으며 순이익도 46%가량 상회했다. 현재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형 증권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3천억 원을 넘긴 곳은 삼성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두 곳 뿐이다.
리테일 부문이 실적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은 키움증권과 함께 전통의 리테일 강자로 국내증시 거래규모가 활황을 보이면 수혜를 보는 증권사로 꼽힌다.
우선 국내증시 거래대금 증가 및 개인투자자 고객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위탁매매 수수료가 늘어났다. 1분기 삼성증권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1492억 원을 기록했는데 1년 전보다 34%, 직전 분기보다 60%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이 상승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1분기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은 7.3%로 직전 분기보다 0.2%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히 국내 1위 키움증권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증시 위탁매매 부문 점유율에서 의미있는 상승을 이끌어 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삼성증권이 주도적 지위를 구축한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수수료수익이 27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9%가량 증가했다. 리테일 부문에서 전반적인 실적 신장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높아진 위탁매매 시장점유율에 주목해야 한다”며 “위탁매매와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기여도가 상승할 전망이며 높아진 수익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보일 것”이라 예견했다.
박종문 사장은 앞으로도 리테일 부문 강화를 통해 실적상승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업황 반등 전망은 요원한 반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증시 활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최근 미국주식 거래서비스 강화에 힘을 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이달 11~12일에 열린 뮤직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4'에서 삼성증권이 진행한 '미주ZERO' 팝업 행사에 1만명 이상이 몰리면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는 콘서트 행사에서 자사 미국주식 거래서비스를 홍보함으로써 젊은 투자자들을 포섭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증권은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취지의 ‘미주ZERO’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통상적인 ‘알코올 제로’ 맥주 광고를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로 유쾌하게 패러디한 것인데 관련 광고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50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 삼성증권은 미국주식 거래중개서비스 점유율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삼성증권 유튜브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구독자 수 1위를 자랑하는데 최근 선보인 금융지식 ASMR 등 젊은 감성을 입힌 이채로운 콘텐츠들을 통해 투자자들이 유입되고 있다.
삼성증권 리테일의 또다른 축인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에서도 삼성증권은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삼성증권의 자산 규모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26만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1만2천 명 늘어났다. 위탁자산 규모도 314조 원으로 3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삼성증권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부동산PF 관련 사업을 빠르게 감축하면서 건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2분기 부동산 부실사업장이 대거 정리되면 추가 충격이 발생할 우려도 있으나 지난해 4분기 충당금 수준을 고려하면 타격은 미미할 거란 증권가 전망이 나온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충당금 적립은 없었으며 부동산PF 관련해서도 보수적인 투자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2분기 충당금 적립 역시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지속적인 부동산PF 위험노출도 감축 노력으로 부동산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며 “위탁매매, 기업금융 부문 실적이 올라오는 점이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