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5-17 14: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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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사단체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내년 의대정원 확대가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 관점에서는 법원 판결로 의대증원에 혼선이 빚어질 우려가 없어져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법원 판결 이후에도 의료계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아 의정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의료진과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정부 방침에 따라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생이 늘어나더라도 휴학한 의대 재학생과 사직한 뒤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수를 고려할 때 의료현장의 인력수급 문제에 따른 혼란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휴학생과 미복귀 전공의들을 복귀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증원을 앞두게 됐으나 당장 현장 의료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벌어지는 의료대란도 문제지만 전공의들의 ‘수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내년도 신규 전문의 배출 역시 줄어들 수 있어서다.
지난 2월20일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사태가 3개월이 다 돼가는데다 의대생의 집단유급 위기마저 고조되고 있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한다. 이때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기가 1년 지연된다. 오는 20일이면 전공의들이 사직한 지 3개월이 된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의 특성상 한 번 발생한 전문의 ‘공백’ 현상을 단기간에 매우기도 쉽지 않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기 시작하면 군의관, 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 수도 줄어든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학병원의 진료에서 전임의와 전공의들이 담당하는 몫은 굉장히 크다”며 “전임의 수가 줄면 대학병원 진료에 상당한 차질이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게다가 법원의 각하 및 기각 결정이 의료계의 저항태세를 더욱 강화시켜 의정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휴학생이나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정갈등이 장기화되면 대형병원들의 적자가 늘어나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공의와 전임의의 낮은 임금이 대형병원이 유지되는데 역할을 했는데 전공의 공백으로 운영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서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가 (법원 판결로) 승리했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라 전공의, 전임의 공백 장기화에 답을 내야한다”며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종합병원들이 파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법원판결을 계기로 의대증원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복귀를 촉구했다.
전병왕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통제관은 17일 브리핑에서 “정확한 숫자는 알기 어렵지만 100개 수련병원의 보고에 따르면 9일과 비교해 16일 현장에 근무 중인 전공의가 약 20명 정도 늘었다”며 “전공의 여러분들은 용기를 내어 수련병원으로 돌아와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전날 대국민담화에서 “전공의는 필수의료를 담당할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니 빨리 복귀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한덕수 국무총리가 16일 법원의 의대증원 처분 가처분 기각 판결이 내려진 뒤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 등 '빅5' 병원을 대상으로 파악한 결과 계약대상 전임의 계약률이 지난 13일 기준으로 7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29일 계약률(33.9%)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공보의가 소집해제되고 군의관이 전역하면서 전임의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난 데다 의대 증원에 항의하며 병원을 떠났던 전임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복귀한 전공의들 대다수가 추가로 복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공의와 휴학 의대생들은) 재판부가 완전히 그 공공복리에 오히려 반하는 판결을 했다고 본다”며 “일반의로 개업을 할지언정 필수의료과 위주로 고생을 해가면서 이제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특단의 추가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MBC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의대증원이) 입학생을 늘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졸업생이 생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대한 전공의 참여를 보장하고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처우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해 복귀 명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재항고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지만 재항고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까지 현실적 시간을 고려하면 의대증원은 현실화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법원 판결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이 확정되는 5월 말 이전에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16일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 의료의 질 자체는 우수하나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인원은 계획대로 최대 1509명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일부 국립대 총장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만 각 대학이 정원 증가분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