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를 놓고 애플과 5년째 벌이고 있는 법정공방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재판결과는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될 수 있고 애플과 벌이고 있는 다른 소송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는 최종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11일 “애플이 삼성전자에 스티브 잡스 전 CEO의 복수전을 치를 준비를 마쳤다”며 “애플이 디자인에 내세우고 있는 강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미국 대법원에서 디자인 특허침해의 보상금 범위를 놓고 11일 구두변론을 앞두고 있다. 디자인 특허침해가 상고심까지 이어져 미국 대법원에 오른 것은 120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아이폰의 둥근 모서리와 전면 디자인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간의 판결과 항소 끝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에 5억4800만 달러(6112억 원)을 지불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지불한 금액 가운데 4억 달러를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디자인 특허침해는 인정하지만 배상금 액수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애플은 미국 특허법이 ‘특허를 침해한 제품 판매로 얻은 모든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한 데 따라 판결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과 페이스북, HP와 레노버 등 글로벌 IT기업은 스마트폰 디자인이 소비자의 제품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주장하며 삼성전자의 배상금이 줄어야 한다는 성명도 내놓았다.

포천은 “애플은 대법원이 확실하게 법에 따른 판결을 내리기 바라고 삼성전자는 더 유동적인 판단을 원하고 있다”며 “최종판결이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특허침해 보상범위를 놓고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경우 향후 세계 전자업계의 특허소송전에서 중요한 판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진행중인 다른 소송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8일 미국 항소법원에서 애플 아이폰의 인터페이스 특허를 침해한 데 1300억 원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고 상고를 준비하고 있다.

포천은 “애플이 이번 상고심에서 승리할 경우 유사한 특허침해소송이 활발히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의 자존심과 명성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처음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 아이폰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미국 대법원이 승소판결을 내리는 것은 곧 애플의 이런 주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타격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고로 글로벌 리콜을 실시한 뒤 추가사고가 발생해 다시 판매를 전면중단해 안전성과 품질완성도를 놓고 소비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고심 패소로 아이폰의 ‘카피캣’(흉내쟁이)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워질 경우 세계 소비자들에 외면받으며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애플이 다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특허에 대해 추가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카피캣 이미지를 벗기 위해 개발을 무리하게 서두르며 갤럭시노트7 사태를 불렀다는 말도 나온다”며 “패소한다면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법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의 변론을 들은 뒤 이르면 내년 1월 최종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