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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재 보릿고개 장기화, 송준호 에코프로 원가혁신·투자조정으로 돌파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4-05-07 15: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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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이 그룹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생존' 쪽으로 옮기고 있다. 전기차시장의 성장 둔화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그룹사 전반에 걸쳐 대대적 원가 절감을 추진하는 한편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수요 정체를 고려해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소재 보릿고개 장기화, 송준호 에코프로 원가혁신·투자조정으로 돌파 
▲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그룹 경영전략의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생존 쪽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은 송 사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달하는 모습. <에코프로 유튜브 채널>

7일 에코프로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제품 제조와 회사 운영에 드는 각종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제품별 원가를 분석하고, 원가 절감을 위한 신기술·신공법을 개발하는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 2년 동안 비용 3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해 원가 분석과 세부 실생계획을 도출할 원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최근 발족했다. 원가혁신 TF의 준비작업이 상반기 중 마무리되면 하반기부터는 각종 원가절감 계획이 본격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임직원 성과평가와 성과급 지급에 관한 기준에서도 원가절감 항목을 대폭 반영키로 했다. 모든 그룹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원가절감에 관한 아이디어 공모전도 연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완결적 순환체계(클로즈드 루프 시스템)를 더욱 향상시킬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완결적 순환체계는 배터리 원료 금속인 리튬 등의 가공, 중간소재인 전구체 제조, 양극재, 폐배터리 재활용 등의 공정을 집적해 생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생산체계다. 

에코프로 그룹은 주력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양극재)을 중심으로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화합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씨앤지(폐배터리 재활용) 등이 완결적 순환체계를 구성하고 있다. 각 회사의 제조시설은 포항 에코프로캠퍼스에 집적돼 있다.

회사 측은 최근 진행한 1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완결적 순환체계를 더욱 개선한 ‘버전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산공정을 개선해 제조비용을 더 낮추고 산업 폐수나 각종 부산물 재활용 범위을 늘려 원가 절감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국내 구축된 완결적 순환체계를 해외 생산시설에도 도입하는 한편, 직접 자원 확보를 통해 순환체계를 더 촘촘히 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송호준 사장은 지난달 충북 오창 본사에서 연 2분기 조회식에서 “혁신은 고객과 시장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고객 앞에 좀 더 겸손하고 고객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혁신의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의 성과는 철저하게 혁신한 이들에게만 돌려주기 위해 이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춘 그의 경영방침은 그동안 회사가 공격적으로 성장을 추구해왔던 기존 전략과는 다소 결이 다른 것이다.  

그룹은 주력 품목인 양극재 분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으로 꼽힌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기준 양극재 생산능력은 연간 19만 톤에 육박하며, 이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에코프로비엠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인용한 SNE리서치의 양극재 공급업체별 판매규모를 보면, 이 회사는 2022년 삼원계 양극재 분야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6.6%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산 71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며 공격적 증설 목표를 설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방 산업인 전기차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있는 탓에 공격적 성장전략을 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소재 보릿고개 장기화, 송준호 에코프로 원가혁신·투자조정으로 돌파 
▲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항공촬영 사진. 왼쪽 공터가 현재 조성 중인 4캠퍼스다. <에코프로>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206억 원, 영업손실 298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50.6% 감소하고,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영업손실 1194억 원)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양극재 업황이 좋지 못한 만큼, 실적 부진은 올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삼원계 양극재 제품이 주로 출하되는 유럽은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그나마 성장 중인 북미에서는는 에코프로비엠 제품이 탑재되는 포드, 폭스바겐 전기차 판매가 부진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까지는 판매량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판매 단가는 1분기까지 지속됐던 수산화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시차 영향으로 2분기에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송 사장은 전기차 시장 둔화에 따라 설비투자 속도를 늦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지난 1분기 실적설명에서 투자속도 조절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현재까지 특별히 조정하기로 한 건 없다”면서도 “현재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시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자속도 조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업황을 지나는 가운데 배터리 소재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시장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한 반면 한국 양극재 수출 물량은 2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코프로 그룹을 비롯한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로부터 시장 잠식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속도를 감안하면 에코프로의 투자 계획이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북미, 유럽 양극재 공장 신설과 가동이 지연되면 당초 추정했던 실적 눈높이 하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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