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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짝퉁' 바이두의 무서운 성장 비결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8-04 18: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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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 짝퉁' 바이두의 무서운 성장 비결  
▲ 리옌홍 바이두 CEO

구글이 강적을 마주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이자 전 세계 이용자수 2위를 기록한 바이두(Baidu)다.

바이두는 그동안 ‘중국판 구글 짝퉁’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이두가 무인자동차 등 인공지능 영역에까지 구글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따라하기는 끝이 없다. 바이두의 첫 화면은 구글과 거의 비슷하다. 바이두는 구글의 최대 혁신이라고 불리는 무인자동차, 구글글래스부터 길거리 구석구석을 찍은 거리뷰 지도까지 구글사업을 사실상 모방한다. 최근에는 자율주행 자전거를 개발하고 베이징 시와 함께 원격의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려 한다.

바이두의 구글 따라하기에 두려움을 먼저 느낀 곳은 다름아닌 구글이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10년 전에 바이두의 창업자인 리옌홍을 조심스레 만나 “원하는 금액을 다 투자해줄 테니 미국 증시 상장은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이두는 2005년 미국 증시 상장을 단행했다. 이 덕분에 리옌홍은 46세의 젊은 나이에 ‘중국 부자1위’ 자리에 올랐다. 그의 재산은 12조 원이 넘는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산보다 더 많다. 그는 바이두 지분의 20%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두 주가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70%가 치솟는 등 거침이 없다. 중국의 4억 이용자들이 바이두 검색사이트를 PC에서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이용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두는 이제 중국정부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차단한 데 대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고 있다.

구글이 겁낼 정도로 바이두가 고속성장을 하는 데에는 창업주 리옌홍이 자리잡고 있다. 리옌홍은 구글을 초라하게 만들 전 세계 유일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그의 야망은 이미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리예홍이 과연 구글의 ‘빠른 추격자’에서 탈피해 바이두를 세계 정상에 올릴 수 있을지 세계는 주목한다.

◆ 바이두는 어떻게 ‘중국의 구글’이 됐나

바이두는 2010년에 벌써 ‘페이스북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회사’로 주목받았다.

바이두는 지난 5월 마케팅리서치 전문업체인 밀워드브라운이 뽑은 글로벌 브랜드가치 100대 순위에서 2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46%나 기업가치가 뛴 결과다. 삼성전자 29위보다 앞질렀다. 당시 구글이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페이스북은 21위에 올랐다.

바이두는 중국 검색사이트 시장을 80% 이상 독점하고 있다. 4억5천만 명의 중국 이용자들이 인터넷 시작화면으로 바이두를 켜놓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중국인들 사이에서 ‘바이두이샤’는 ‘검색해봐라’라는 뜻으로 통용될 정도다.

바이두의 첫 메인화면은 구글과 매우 비슷하다. 심지어 창업자인 리옌홍도 “구글을 벤치마킹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는 “중국의 구글이 되는 게 목표”라고 공공연하게 밝힌다.

리옌홍은 ‘검색’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이 때문에 바이두가 사업초기 다른 중국 IT경쟁업체들보다 차별화될 수 있었다. 바이두라는 이름 자체가 ‘수백번’이라는 뜻이다. 정확한 정보를 찾기 위해 끈질기게 검색한다는 의미다.

  '구글 짝퉁' 바이두의 무서운 성장 비결  
▲ 리옌홍 바이두 CEO가 바이두를 설립한 초창기 모습.
리옌홍은 2000년 허름한 작은 호텔방에서 바이두를 창업했다. 그는 검색에 치중한 이유에 대해 “다른 이유는 없다”라며 “그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 검색이고, 바이두를 바이두답게 만드는 것도 바로 검색 서비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옌홍은 검색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721 투자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전체 투자금액 중 70%는 무조건 검색서비스 개발에 쏟아붓는다. 음악이나 블로그 검색에 20%, 온라인 쇼핑사이트 등 신규 서비스 개발에 10%를 지출한다. 검색 외에 다른 사업이 수익이 크더라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 결과 바이두는 중국 현지 사업자들에게 거대한 광고 시장을 열어줬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도 바이두를 홍보 창구로 삼았다. 일본의 경우 바이두에 광고를 낸 회사들에게 사후 관리를 컨설팅해주는 회사가 별도로 존재할 정도다.

중국시장을 노리는 45만 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은 너도나도 바이두에 조금이라도 잘 노출되기를 원한다. 이들은 바이두 배너광고를 외부 제휴 사이트에 올리는 비용도 기꺼이 지불한다.

바이두와 제휴한 외부 사이트는 60만 개에 이른다. 이들은’ 바이두 연맹’이라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뭉쳐있다. 이들은 카테고리 별로 구분이 돼 광고주가 선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면 구글의 제휴 사이트는 1만3천여 개에 불과하다.

바이두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광고에서 수익의 절반 이상을 낸다. 7조 원이 넘는 중국의 인터넷 광고 시장에서 바이두는 광고수익만 4조 원 가까이를 올린다. 바이두는 지난해 광고 수입만 222억4600만 위안(3조9200여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53%나 늘어난 규모다.

◆ ‘늑대본성’을 요구하는 리옌홍

바이두가 중국에서 정상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직문화에 있다. 바이두의 조직문화는 바이두가 단순히 구글 모방으로 성장했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바이두 직원들은 딱딱한 직함 대신 중국어 이름이나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심지어 리옌홍마저 직원들에게 “사장님이 아니라 로빈으로 부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아무리 IT기업이지만 위계질서가 뚜렷한 중국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리옌홍은 직원들이 내는 아이디어를 최우선으로 여겼다. 실제로 바이두에 적용되는 아이디어의 80%는 직원한테서 나왔다.

리옌홍은 “바이두의 서비스 상품이 세상에 등장하기 위해 동원되는 아이디어 중에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경우는 전체 20%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리옌홍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자유로운 분위기를 중시했다. 바이두 사무실에서는 슬리퍼를 신고 오거나 베개를 손에 들고 피로를 풀러 가는 직원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부 직원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보고서를 든 채 사무실을 누비기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리옌홍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사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평소 온화한 성격이지만 일할 때는 꼼꼼하게 모든 사항을 되묻기 때문이다. 그는 “누군가가 나를 쉽게 생각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리옌홍은 직원들에게 눈앞의 실적보다 바이두만의 독자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한다.

리옌홍은 2006년 처음 방송된 다큐멘터리 ‘대국굴기’를 틈날 때마다 시청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국가의 굴기는 국제적 영향력을 갖춘 기업의 성장과 맥을 함께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리옌홍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이두를 중국 시장에서 머물지 않고 국가를 초월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전해진다.

리옌홍은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바이두는 늑대본성이 필요하다”며 “평생직장에서 안정적 수입을 받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소시민 직원은 지금 바이두를 떠나라”고 주문했다.

바이두는 창업 당시 10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직원이 1만여명으로 불어났다. 그들은 모두 바이두에서 일하기를 열망한다.

  '구글 짝퉁' 바이두의 무서운 성장 비결  
▲ 리옌홍 바이두 CEO가 2005년 미국 나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바이두 주가는 354% 상승하는 기록을 남겼다. <출처=바이두 홈페이지>

◆ 중국과 구글을 넘으려는 리옌홍, 성공할까


바이두는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바이두의 2분기 순익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4%나 늘어난 35억5천만 위안(약 5900억 원)을 기록했다.

바이두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58%나 늘어난 119억9천만 위안(1조9천억여 원)이었다. 모바일 부문이 전체 매출의 30%를 돌파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바이두는 3분기 예상 매출도 134억 위안으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보다 높이 잡았다.

바이두는 최근 돌변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검색시장을 잡기로 했다. 이를 통해 모바일 광고와 게임시장도 차지하려고 한다. 리옌홍은 지난해 6월 “모바일은 아직 바이두의 수익 모델이 아니다”고 말했는데, 불과 1년 만에 180도로 변했다.

이는 바이두가 모바일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는 구글을 의식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은 중국에서 2010년 웹사이트를 철수했다. 하지만 중국 모바일 앱스토어 광고는 4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구글 서버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매일 40억 건이나 되는 모바일 광고가 퍼진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광고 시장은 성장세가 매섭다.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불과 2년 만에 3배가 늘었다. TV와 PC에 이어 모바일은 세번째로 강력한 광고매체가 됐다. 이런 변화는 페이스북 2분기 매출 60%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구글도 2분기에만 매출 22%가 늘어났다.

리옌홍은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전 세계에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바이두보다 더 많이 투자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특히 전반적인 모바일 전략에서 올해와 내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옌홍이 태도를 바꾼 또다른 이유는 바이두의 최대 강점인 검색서비스가 모바일에서는 최근 텐센트에 밀렸기 때문이다. 바이두 검색쇼핑도 알리바바와 사업영역이 겹쳐 바이두는 검색외는 확실한 탈출구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두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IT삼국지’라고 불린다. 바이두는 모바일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이 경쟁구도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바이두는 7월 포르투갈어 검색 사이트를 개설하며 브라질 시장에 진출했다. 브라질에 빅데이터와 사용자경험(UI)을 연구하는 연구개발센터도 설립할 계획에 있다. 또 조만간 태국어와 아랍어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리옌홍은 미래먹거리인 인공지능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리옌홍은 최근 인공지능 학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학 교수를 영입했다.

바이두는 최근 구글 글래스를 본딴 ‘바이두 아이’에 이어 무인자동차도 개발하는 중이다. 올해 초부터 개발한 바이두 무인자동차는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해 시범운행까지 마친 상태다.

리옌홍은 지난 4월 실리콘밸리에 ‘딥러닝 연구소’를 열고 세계 최고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리옌홍은 바이두 내부에도 구글 기술을 따라잡겠다는 ‘블리즌 프로젝트’를 직접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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