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5-07 11: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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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이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을 손볼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전세 사기로 인한 소형 아파트 전세 수요 증가로 아파트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임대차 2법 시행’ 4년 차를 맞아 전셋값이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임대차 2법의 부작용을 손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지 관심이 모인다.
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매물의 수는 2만8955개다.
이는 2023년 1월12일 5만5882건과 비교해 약 48.2% 감소한 것이다. 전세 매물은 임대차 2법 시행 2년째인 2022년 중순부터 급격히 증가해 2023년 1월 최고치를 찍은 뒤 하락세를 보였다.
▲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임대차 2법은 전세 물량과 전셋값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임대차 2법 시행 시기와 2년 주기 전세 계약 시기가 맞물려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형국이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된 2020년에는 임차인들이 계약 갱신권을 사용하면서 매물이 급격히 줄고 전셋값은 상승했다. 2년 차인 2022년에는 계약 갱신권 만료로 전세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졌다.
4년 차를 앞둔 지금은 계약 갱신권 사용이 가능한 임차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계약 갱신권을 활용하게 되면서 매물 자체가 줄어들었다.
그나마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지난 4년 동안 전셋값 인상 폭이 5%로 묶여있던 상태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시세에 맞는 제값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해 전셋값 인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 7월31일 문재인 정부는 임차인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도와 전월세상한제도, 전월세신고제도 등을 법제화한 임대차 3법을 만들었다. 여기서 시장에 주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계약갱신청구권제도와 전월세상한제도만 묶어 임대차 2법으로 부르기도 한다.
계약갱신청구권제도는 2년이었던 기존 임대차 기간을 사실상 4년(2+2년)으로 연장하는 제도다. 임차인은 2년 동안 거주한 뒤 임대차 계약을 2년 연장할 수 있는 계약 갱신을 한 차례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계약 만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갱신을 거절하지 못한다. 아울러 임대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 임차인이 별다른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묵시적 갱신이 성립되는데 이 경우에는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계약 연장으로 보지 않는다.
전월세상한제도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재계약에서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집주인이 주택을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더라도 유지된다. 다만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거나 2+2년 계약이 끝나 재계약을 하는 상황에서는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여당은 임대차 2법을 놓고 전세시장을 혼란하게 만드는 악법이라며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부동산 공약 가운데 하나로 임대차 3법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는 2021년 11월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임대차 3법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커졌다”라며 “임차인은 당장 전·월세 갱신에 따른 이점을 누릴 수 있으나 2년 뒤 급등한 전월세 가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할 때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라며 “대화와 토론, 타협의 정치, 민주주의의 기본만 지켰어도 막을 수 있었던 참사”라고 주장했다.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월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2022년부터 국토연구원에 임대차 2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용역 기간은 2024년 4월 말까지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올해 4월15일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자문회의, 관계기관 협의 등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임대차 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사회 경제적·평가와 법률적 분석을 토대로 각 시장상황을 고려한 다양한 대안이 도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토연구원은 일괄 적용 방식인 임대차 2법에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국토연구원은 3월 발간한 국토정책브리프 955호 '주택 임대차시장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정책적으로 임대차 2법은 제도 도입 때 신규 전세 가격이 즉각 상승하는 효과와 관련해 시뮬레이션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며 “임대차 제도는 가격대별, 지역별, 소득계층별 보호 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해 지원을 강화하고 고가 전세 등은 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또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공약으로 임대차 2법 폐지 추진을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중앙 정책공약집에서 “전세 사기를 야기한 임대차법을 근본적으로 손질하겠다”라며 “임대차 계약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분쟁과 전세 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제 상한제 폐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임대차 2법 폐지는 힘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헌법재판소(헌재)가 임대차 2법을 두고 합헌 결정을 내린 것 또한 폐지 동력 약화에 영향을 미쳤다.
헌재는 올해 2월28일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계약갱신청구권), 7조 2항(전월세상한제), 7조의2(전월세전환율), 임대차보호법 부칙과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전원 일치 합헌 결정을 내린 이유를 놓고 “임차인 주거 안정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며 “임차인의 주거 이동률을 낮추고 차임 상승을 제한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차 2법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차 2법은 폐지 대신 개선 쪽으로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 2법의 틀을 유지한 가운데 ‘임차인등록제’를 통해 임대차 2법의 문제점 보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임차인등록제는 임차인으로 등록하게 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임대차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다.
아직 임차인등록제의 구체적 방향성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정치권에서는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통해 임차인과 임대인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