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민법 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선고를 내리기 위해 자리한 재판관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패륜 행위를 한 친지에게도 유산을 상속하도록 규정하는 현행 유류분 제도가 위헌으로 결정됐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서울 종로구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전원 의견일치로 민법 1112조 4호에 단순위헌 결정을 내렸다.
1112조 4호는 사망자의 형제자매에게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상속하도록 명시한 조항이다. 이날 헌재 판결로 즉시 효력을 잃었다.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재산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우자와 부모, 자녀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도록 규정한 1112조 1~3호에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해당 조항들은 2025년 12월31일까지 유효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조항이 헌법에는 어긋나지만 즉각 무효화하면 법 공백 사태에 따른 사회적 혼란이 예상돼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며 “민법 1112조에서 유류분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헌재는 법원의 위헌법률 심판 제청 사건과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 등 40여 건을 병합해 심리한 뒤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 제도 논란은 2019년 가수 구하라가 사망한 뒤 생전 왕래가 없었던 친모가 상속 권리를 주장하며 불거졌다.
국회에서는 유류분 요청 권한을 제한하는 ‘구하라법’이 발의됐으나 20대 국회 회기가 만료돼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해 계류 중이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