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4-19 12: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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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면서 `여소야대 2막`이 펼쳐지게 됐다. ‘규제완화’와 ‘세금감면’을 앞세워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속에 소비와 기업투자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들이 거대 야당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21대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는 민생법안들도 사실상 폐기 수순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가 22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주요 쟁점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비즈니스포스트]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다시 입법의 시간이 돌아왔다.
임기가 약 40일가량 남은 가운데 대부분의 계류법안은 자동 폐기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은 21대 국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안 등을 처리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반면 여당이 추진한 중대재해법 개정안 등 논의는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21대 국회에서 계류된 법안은 모두 합쳐 1만6542건에 이른다.
계류 법안은 제21대 국회의 임기만료일인 올해 5월29일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폐기되는 운명을 맞이한다.
그러나 총선이 마무리되고 국회가 마지막 의사일정을 준비하는 과정에 돌입하면서 계류된 법안 가운데 선택된 일부는 본회의 처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보통 총선이 끝난 뒤 회기가 끝날 때까지 본회의를 열고 법안을 처리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8대 국회 66건 △19대 국회 135건 △20대 국회 208건의 안건이 선거 이후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건설·부동산 관련 법안 등 모두 1311건이 계류돼 있다. 많아야 수백 건 정도의 법안이 통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 가운데 어떤 법안이 바늘구멍을 통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야당이 힘을 실어온 법안이 21대 임기 내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대표적 법안으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안은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포함해 모두 8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위원회결의안으로 종합돼 상임위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직회부돼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에는 신속한 전세시장 정상화를 위해 피해자의 보증금 일부를 정부가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회수하는 방식인 이른바 선구제 후구상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와 여당은 사기 사건을 놓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부담을 짊어지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해당 개정안을 반대해 왔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해 금액을 최대한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정부가 재정의 이름으로 무조건 '천사' 역할을 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과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사기 특별법안의 제21대 국회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눈이 21대 국회의 마지막을 향하고 있다”라며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한 주요 법안들을 21대 국회가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야3당-피해자-시민단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3당-피해자-시민단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제21대 국회 임기 안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도 신속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나섰다.
참여연대는 18일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5월 본회의 처리에 반대하는 뜻을 더불어민주당에 전달했다고 한다”라며 “일방적으로 ‘선구제 후회수’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6개월마다 추진하기로 약속한 보안입법을 막아 온 국민의힘은 대안 제시는커녕 근거 없이 ‘선구제 후회수’를 혈세 낭비라고 왜곡·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에서 추진해온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계류 상태에서 21대 국회 마지막을 맞을 공산이 크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2023년 9월7일 대표발의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에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다는 점을 고려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여당은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논의를 제22대 국회에서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월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새로 희망 공약 발표 자리에서 총선공약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유예를 발표하며 다음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유 의장은 “저희가 의회 주도권을 되찾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으로 이해해 달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실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예견되고 고통받는 분들의 호소가 있어서 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치유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이 낸 법 가운데 공사가 중단된 방치된 건물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법안도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됐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10월24일 안전조치 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행강제금 규정을 신설해 안전조치 명령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공사중단 장기방치 건축물의 정비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이자 의원과 권영세 의원 모두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만큼 해당 법안은 제22대 국회에서도 재추진될 여지는 크다. 다만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된 것을 고려하면 제22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추진하는 동력은 다소 감소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22대 국회에서는 실거주 의무 관련 논의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거주 의무의 3년 유예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되기는 했으나 보통 2년 주기인 전세를 한 번 정도밖에 줄 수 없는 3년이라는 애매한 기간으로 합의가 되면서 1차 전세 계약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턴 실거주하려는 집주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주장한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관련 법 개정 또한 제22대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소야대가 이어지는 만큼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전환하지 않는다면 국회 협조를 받기 어려워져 윤 대통령의 약속이 공수표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