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전통적으로 비수기인 2분기에 들어서자마자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해 항공업계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원/달러환율의 상승 압력이 높아졌고 석유 해상물동량이 많은 호르무즈 해협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유가 환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 환율과 유가의 동시 상승으로 국내 항공사들의 2분기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
항공업종의 실적은 견고한 여행수요에 힘입어 1분기에는 좋은 흐름을 지속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전통적 비수기인 2분기 시작과 함께 먹구름이 드리워진 셈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와 환율의 급등을 반영해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은 8일 갤런당 2.72달러로 연초 갤런당 2.33달러보다 16.5% 상승했다. 또한 원/달러환율은 1분기 평균 달러당 1328.5원이었는데 16일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선 뒤 하락해 17일에는 1380원대 중반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2분기 국제선 여객은 비수기 시즌이나 전반적으로 여행수요가 늘어나 그 영향은 적을 것이다”며 “하지만 국제유가 및 환율 강세로 비용 우려가 커지고 있어 1분기 실적호조에 따른 기대감을 상쇄한다”고 분석했다.
유가와 환율은 항공사의 비용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항공사들의 영업비용에서 연료유류비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30%대 중반이다. 환율상승은 연료구입, 항공기 구매·임대, 외주정비 등 달러거래의 원화환산 비용을 늘린다.
각 항공사들이 사업보고서에 유가와 환율의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하는 '민감도 분석'을 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평균 유가가 10% 움직일 시 영업손익 변동폭은 4800억 원에 이른다. 연평균 원달러환율이 10% 변하면 순손익 변동폭은 약 1800억 원으로 알려졌다.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변동폭이 적지만 저비용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연평균 유가가 5% 움직일 시 제주항공의 영업손익 변동폭은 262억 원이다. 연평균 환율이 5% 움직이면 순손익 변동폭은 226억 원이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의 추가 상승 불씨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중동의 정세는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석유 해상물동량의 약 3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봉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봉쇄가 발생하면 심각한 공급 차질과 유가 급등이 나타나겠다”고 평가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지고 지정학 우려까지 겹치며 원화가치는 급락했다”며 “달러당 1400원 상회를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항공사들은 올해 1분기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나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Fn가이드에 따르면 항공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기대치를 살펴보면 △대한항공 5115억 원△아시아나항공 2300억 원 △제주항공 724억 원 △티웨이항공 671억 원 △진에어 880억 원 등이다.
유가 상승의 여파는 2분기 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항공사들은 유류 재고분을 1개월 치를 쌓기 때문에 유가상승의 영향을 1개월 뒤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가충격 완화장치인 유류할증료는 이보다 늦은 시기에 인상을 반영해서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나은행 본점 현황판에 17일 오전 원/달러 환율이 표시됐다. <연합뉴스> |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은 언제나 항공사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변수다”며 “통상 항공사의 수익성이 낮은 2분기에 유가와 환율이 상승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봤다.
일부에서는 항공사의 인력규모가 코로나19 이전보다 커져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로 넘어온 항공업종의 고민은 비용불확실성이다. 해외여행 수요강세로 유가부담은 항공권 가격에 충분히 전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조심할 변수는 인건비이다. 2분기는 비수기인만큼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 상승은 이익 감소폭을 키우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