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013년부터 선보였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16일 공식 개발이 종료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 미국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2족 보행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아틀라스’ 개발을 돌연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그룹의 생산 현장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기 위함이라는 분석과 더불어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6일(현지시각)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기술 홍보에 중점적으로 활용하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의 공식 퇴역을 발표했다.
2013년 출시된 아틀라스는 그동안 달리기, 점프, 매달리기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이며 앞서가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기술력을 보여주던 제품이다.
로봇기술 경쟁사로 꼽히던 테슬라의 같은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보였던 부진한 발전 속도와 비교되며 기술력을 강조하는 역할을 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를 퇴역시키면서 대신 다른 로봇 라인업에 더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꾸린 것으로 분석된다.
IT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아틀라스의 퇴역이 다소 의외라고 바라보며 “현대차그룹이 2021년 6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자동차를 만드는 데 사용될 차세대 로봇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또한 앞서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아틀라스는 자사의 다른 산업용 로봇과 달리 순수 연구개발용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다.
아직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한 휴머노이드 대신 이른 시일에 사업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족보행을 포함한 산업용 로봇 등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제조 등 산업 현장에 쓰이는 로봇에 ‘선택과 집중’으로 본격적인 성장 전략에 힘을 싣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업계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는 선두 업체인 만큼 상용화 시장에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을 기회를 잡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족보행 로봇 스팟(Spot) 소개 영상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성공은 우리가 어떤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현지시각으로 1월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 현대차그룹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가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밖에 최근 중국의 로봇 경쟁사들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7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를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23년 11월 기준 1699건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특허를 보유해 일본에 이은 2위에 올랐다. 중국 로봇업체 유니트리가 3월20일 공개한 휴머노이드 ‘H1’은 아틀라스가 하지 못하는 동작을 해내 두 제품이 직접적으로 비교된 적도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런 중국의 기술력을 염두에 두고 성능을 향상한 신형 모델을 준비하기 위해 아틀라스 개발을 중단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종합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선봉에 서 있는 계열사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꾸준한 발전 잠재력을 보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이나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Stretch)는 이미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1년 인수 당시 약 2400억 원의 사재를 들여 지분의 20%를 직접 확보했다는 점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번 아틀라스 퇴역을 계기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차그룹이 다른 모빌리티 산업 등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연간 3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목표하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는 사람보다 더 많은 수의 로봇을 공정에 투입한다고 알려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제품이 쓰일 공산이 크다.
최근에는 생성형 AI와 로봇 기술의 접목 가능성도 거론되다 보니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이러한 신기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틀라스를 퇴역하며 기술적 역량을 가다듬는 것으로도 보는 시각도 있다.
테크크런치는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