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왼쪽)과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서울 마포갑은 4.10총선 최대 격전지 '한강벨트' 가운데 한 곳이다.
3월 중순만 해도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에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4월 초 들어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는 양상으로 변화하며 선거전이 더욱 불붙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2일 앞둔 8일 조 후보와 이 후보의 출근길 인사 동선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입구 근처에서 겹쳤다. 두 후보는 마지막 한 명의 유권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시선을 사방으로 돌렸다.
“진짜 조정훈이야? 인물 좋네. 꼭 이겨야해!” 한 유권자가 조 후보의 손을 맞잡고 이렇게 말하자 조 후보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웃어보였다.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 후보는 유권자들과 스킨십이 익숙한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건네며 "제가 후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머님”이라며 다가갔다.
조 후보는 부모님의 손을 맞잡고 가는 어린이들과도,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줄지어가는 학생들과도 하이파이브를 했다. 조 후보 “5학년?”이라고 한 학생을 보고 질문하자 그 학생은 “3학년이에요”라고 답하자 “(키가)많이 크네, 허허”라고 웃어보였다.
한 학생은 “나는 선거권 없는데 왜 나한테 인사하지?”라고 친구들에게 말하자 다른 친구가 “미리 영업하는거지”라고 답하며 농담을 이어갔다.
민주당 총선 영입인재인 이 후보는 횡단보도 한켠에서 두 손을 모으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기호 1번 이지은입니다”라고 인사했다. 어린 아이를 볼 때는 더욱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지나가던 한 유권자가 이 후보에게 명함을 받은 뒤 “당신이 이지은이요?”라고 묻자 이 후보는 “네!”라고 밝게 대답했다. 유권자가 지나간 뒤에도 이 후보는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정치신인답게 겸손한 모습과 선거전에 임하는 각오가 느껴졌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유세차량을 타고 마포을 선거구를 한 바퀴 순회하는 일정으로 잡았는데 마포역에서 퇴근인사에 다시 나선다. 유세차량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정권심판론을 주로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려는 것으로 보인다.
▲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가 8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근처에서 유권자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조 후보는 50대 이상 유권자들과 어르신들이 주로 호의적 모습을 보였다.
마포갑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유권자에게 조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해 묻자 “나는 1번은 누군지 모르겠고 2번은 TV에서 많이 봐서 알아. 언변도 좋고 그렇더만”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미 사전투표 했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마포갑에 거주하는 50대 유권자에게 조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해 묻자 “여기나 저기나 똑같어. 동생 같기도 하고 노력도 다 하는데”라면서도 “근데 (민주당은) 너무 극성 떨어.
윤석열 대통령도 막 너무 짓밟고 그래”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선거하러 가봐야 알지 아직도 모르겠어”라며 마음을 확정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호 2번을 찍어달라’는 지지 호소에 ‘손가락 1번’을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교차로에서 조 후보의 옷을 입고 서 있는 선거 운동원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내뱉기도 했다. 유세차량이 도로에서 천천히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30대 남성이 10분 이상 화를 내다 자리를 뜨자 선거 운동원은 한숨을 내뱉으며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뭘 할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는 조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보였지만 다른 연령층에서는 싸늘할 만큼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한 40대 유권자는 정치에 대한 질문을 하려고 하는 기자를 향해 “정치쟁이들 꼴보기 싫어요.
윤석열도 싫고, 민주당도 싫고 그냥 다 싫어”라며 신물을 냈다.
▲ 이지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일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2단지 근처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마포갑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19·20·21대 국회 등 4선을 역임한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그러나 노 의원이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자 지난 2월22일 민주당이 마포갑을 전략선거구로 지정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이지은 전 중앙경찰학교 교무과장이 전략공천을 받았다.
조 후보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비례대표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통해 당선됐다가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마포갑에 도전장을 냈다.
마포 출신인 노 의원과 달리 두 후보 모두 타지역 출신인데다 지지율이 점점 좁혀지고 있어 승부를 알기 힘들다는 정치권의 관측이 나온다.
지난 4일 조선일보·TV조선 의뢰로 케이스탯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서울 마포갑에서는 이 후보가 46%, 조 후보가 38%를 얻었다. 두 후보간 차이는 8%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인 1~3일 각 지역구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고 ±4.4%포인트다.
앞서 지난 3월18일 여론조사꽃이 발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3.8%, 조 후보는 32.3%로 두 사람의 지지율 차이는 11.5%포인트였다. 이는 이 조사의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밖이다.
여론조사꽃의 여론조사는 지난 3월13~14일 이틀간 해당 선거구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거 막판 변수로는 정권심판론이 얼마나 강화할 것인지와 이지은 후보가 연수 휴직에 따른 징계를 받은 점 등이 꼽힌다.
국민의힘에선 이 후보가 경찰 재직 중에 연수휴직을 내고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다가 징계를 받았다는 논란을 놓고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 측에선 이와 관련한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