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4-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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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배터리 수명 문제를 교체(스왑) 기술 투자로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인 배터리 수명 문제를 교체(스왑) 기술로 극복하는 방안을 시도한다.
중국이 한 발 앞서 가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업계가 스왑 기술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스왑 서비스 기업 ‘피트인’은 7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5월 전기차 배터리 스왑 서비스에 들어간다”며 “3월 안양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 건설이 완료됐고, 택시에서 시작해 전기차 배터리 교체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에 열린 ‘2024 인터배터리’에서 사내독립기업인 ‘쿠루’를 통해 이륜구동차의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 배터리로 교체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왑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기차업계의 이러한 시도들은 배터리 수명 때문이다.
전기차 가격의 40%까지 차지하는 배터리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며 수명이 줄어든다. 심지어 규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용하지 않으면 수명은 더 빨리 줄어든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전기차의 최대 배터리 수명을 완전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 배터리의 수명은 충방전 횟수가 2천 회에 이르면 폐배터리로 간주한다. 따라서 수명은 7~10년 정도로 여겨진다.
▲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투자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스왑 서비스 기업 피트인의 안양에 위치한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 내부. <피트인>
다만 배터리 수명을 숫자 그대로 파악하면 안 된다.
전기차 배터리 회사들은 수명 그대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80%만 충전하고 급속 충전은 피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1회 충전에 400km를 가는 배터리를 사실상 320km 수준으로 만든다. 또한 저온에선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명이 감소한다.
게다가 충전 횟수가 늘어날수록 성능이 줄어들어 배터리 수명을 끝까지 사용하는 것도 어렵다. 1회 충전에 400km를 달리는 배터리 성능이 70%로 줄어들면 주행거리는 280km로 내려간다. 배터리 성능을 조금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80%만 충전한다면 면 주행거리는 224km로 떨어진다.
미국 중고차 전문 업체 아이씨카즈(iSeeCars)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더 이상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쓸모없게 된다”며 “가정용 배터리로 재활용 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수명이 다한 배터리 교체 가격은 만만치 않다. 미국 금융회사 너드월렛(NerdWallet)은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교체하는 비용은 4천 달러(540만 원)에서 2만 달러(2700만 원) 이상까지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니오가 독일 헤센주 라이스키르헨에 설치해 2월21일 운영을 시작한 배터리 교체 설비 모습. < Nio >
배터리업계는 분주하게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
최근 한국 배터리 3사가 앞 다투며 생산을 공언한 LFP배터리가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NCM(삼원계)배터리와 비교해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비야디(BYD)는 4일 주행거리 1천km인 2세대 LFP배터리를 8월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과 카이스트는 수명을 늘린 리튬금속전지 연구를 발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가장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배터리 스왑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EV는 5일 윌리엄 리 니오(NIO) 회장이 상하이 ‘니오하우스’에서 장 토드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회장을 만나 배터리 스왑기술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스왑기술에서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는 니오는, 같은 날 윌리엄 리 회장이 3분 만에 배터리 교환 과정을 시연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전기차 배터리 스왑은 방전된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된 새 배터리로 교체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충전 문제와 배터리 잔존수명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윌리엄 리 니오 회장은 3월15일 CATL과의 배터리 연구 협약식에서 “(오래 사용한) 배터리가 손상됐다고 볼 순 없지만 주행거리가 뚜렷하게 감소할 것”이라며 “정상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비용을 들여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문제를 인식하고 발 빠르게 나섰다.
지난해 말엔 정책적 지원을 위해 국토교통부에 전기차 배터리 교환형(탈부착) 차량 제작을 위한 특례규제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2월16일 ‘모빌리티 혁신법’ 가운데 현대자동차 배터리 교환형 차량 안건을 의결했다.
▲ LG에너지솔루션의 사내회사 쿠루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BS)에서 전기 이륜차의 방전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고 있는 모습. <쿠루>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은 배터리가 탈부착되는 전기차 제작에 나선다. 회사는 배터리 탈부착 전기차를 통해 스왑 시스템을 빠르면 내년 상용화 할 방침이다.
이에 더해 배터리 스왑 서비스 기업인 ‘피트인’에 투자하며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피트인은 현대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9개월 만에 조기분사에 성공했다. 배터리 스왑 서비스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2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피트인은 전기차의 충전 문제와 배터리 잔존수명 문제를 자체 배터리 스왑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겠다고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내회사 쿠루를 통해 배터리 스왑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3월 열린 ‘2024 인터배터리’에선 별도 공간을 쿠루를 위해 만들었을 정도다.
쿠루는 전기 이륜차의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 배터리로 교환하는 스왑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 시내를 중심으로 이미 171개의 배터리 교환 스테이션(BBS)를 설치해 전기 이륜차 배터리 스왑 서비스 상용화에 다가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월까지 BBS를 400개까지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