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22대 총선이 3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선거운동이 막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터에 ‘말 한마디’에 판세가 확 뒤집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막발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끼쳤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역대 선거에서 ‘설화’로 판세 역전을 경험한 여야는 선거 막바지까지 입단속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정보사 회칼 테러’가 여당에 역풍을 불게 했던 대표적 ‘실언’으로 거론된다.
황 전 수석은 MBC를 겨냥해 1988년에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칼 두 방을 맞았다고 말해 언론탄압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범야권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황 수석의 발언은 1988년 군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오홍근 기자를 군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이 칼로 습격한 것을 지칭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황 전 수석이 ‘정보사 회칼 기자테러’ 발언을 한 뒤에도 곧바로 경질하지 않고 사태 파악에 시간을 끌어 비판 여론을 키웠다.
이밖에도 22대 총선에서는 인천 서구에 출마한 박종진 국민의힘 후보가 ‘들쥐’ 발언으로 상대진영을 비하에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박종진 후보는 “그동안 인천 서구는 들쥐만 뽑았다”며 “들쥐를 몰아내고 서구를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자”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강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야당 국회의원들을 ‘들쥐’라고 부르는 것은 인천 서구 유권자들을 ‘들쥐’를 뽑은 사람으로 심각하게 모독한 것이다”며 “이는 막말을 넘어 언어폭력에 가깝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전 후반에는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수원정 후보의 ‘이화여대’와 관련된 과거 발언이 재조명돼 논란이 됐다.
김 후보는 2022년 8월14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면서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이화여대 초대 총장) 김활란이다”며 “미국 군정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국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한 사실을 놓고 국민의힘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았다.
과거 선거를 보면 막말 논란은 일시적 지지율 변화나 일부 지역구에만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선거 전체 판세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많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차명진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부천병 후보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이 큰 이슈였다.
▲ 차명진 제18대 국회의원.
정치권에서는 정부 여당의 효과적 코로나19 대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차명진 후보의 ‘입에 담기 어려운 발언’을 꼽을 정도였다.
민주당에서도 윤호중 선거대책본부장이 김종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동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두고 ‘돈키호테’에 빗댄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차명진 후보의 발언의 후폭풍에는 미치지 못했다.
윤호중 본부장은 당시 김종인 선대위원장을 향해 “황교안 애마타고 박형준 시종을 앞에 데리고 불가능한 사랑 꿈 꾼다”등의 발언을 했다.
정승연 미래통합당 후보의 ‘인천 촌구석 발언’도 지역구의 판세에 영향을 크게 줬다.
정 후보는 당시 유승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2020년 3월31일 선거지원을 위해 인천 연수구 선거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제가 평소에 정말 존경하는 유승민 대표님께서 이렇게 인천 촌구석까지 방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지역 비하'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정 후보는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결국 1만1833표(14.79%포인트) 차이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국회의원 선거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실언은 선거판세에 큰 역풍을 일으키는 문제가 되곤 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발언으로 수도권 민심에 큰 악영향을 준 적 있다.
▲ 정태옥 제20대 국회의원.
이는 유정복 당시 인천시장을 옹호하기 위한 맥락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에 나온 발언이었지만 지역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쳐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불리한 판세를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민의힘 계열 후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계열의 후보들도 실언으로 선거에서 낭패를 본 사례가 여럿 있다.
2012년 19대 총선 직전에는 김용민 당시 노원갑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후보의 노인 비하 발언이 알려져 선거 판세에 적지 않은 역풍을 불어온 적이 있다.
김 후보는 과거 인터넷 방송에서 “노인들이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시청역 엘리베이터를 없애야 한다”는 노인비하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큰 곤욕을 치렀다. 이로 인해 선거판세가 흔들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 참패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계열에서는 유독 노인 비하발언이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른 예가 적지 않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현 더불어민주당 전주병 국회의원 후보)은 17대 총선에서 노인 비하발언을 해 정치인생에서 최대 ‘낙인’을 스스로 찍은 바 있다.
정 의장은 2004년 3월26일 국민일보 대학생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미래는 20~30대 들의 무대라고요”라며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라고 발언해 논란에 커다란 불을 지폈다.
▲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전주병 국회의원 후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의 후폭풍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한나라당은 정동영 당시 의장의 한마디에 선거전에 회복세를 탈수 있었다.
반대로 여론조사상 최대 200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되던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넘긴 152석에 머물게 된다.
그 뒤 양당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노인 복지공약을 넣는 것이 관행처럼 이뤄지게 됐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여야는 노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경로당 무료점심 제공 공약을 앞다퉈 내놓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4·10 총선이 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일 전날(9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실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겸손한 태도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며 내부 단속을 다지는 이유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