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에 모처럼 갖가지 호재가 이어지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가 질주하던 동안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상대적으로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깜짝실적과 함께 대만 지진 수혜 기대감이 이는 만큼 삼성전자가 증시 주도주로서 본격적인 ‘왕의 귀환’을 알릴지 주목된다.
▲ 삼성전자에 겹호재가 발생하면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전자는 5일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71조 원, 영업이익 6조6천억 원을 냈다고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1년 전보다 각각 11.37%, 931.25%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이 10배 가까이 늘면서 시장 전망치(5조3천억 원)를 크게 웃돌았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에서 각각 2조2천억 원, 5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5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대만지진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다.
4일 대만 공상시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만을 강타한 지진으로 마이크론은 3일부터 DDR4, DDR5,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가격공개를 중단했다.
마이크론은 전세계 D램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미국 기업이지만 생산 시설은 대부분 대만에 두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진 피해에 대한 평가를 끝낸 뒤 다시 D램 가격을 공개하면서 공급사와 2분기 가격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따라 가격공개를 중단했는데 향후 공급사와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이크론이 생산에 타격을 입으면서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공상시보는 대만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가격공개 중단으로 2분기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가격협상력이 강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지진으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역량도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생산의 69%가 대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번 지진으로 공급망 다각화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동아시아지역에서 지진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만을 대체할 파운드리 생산처로 삼성전자 역할이 떠오를 수 있다.
대만의 TSMC를 제외하면 파운드리 공급 역량을 갖춘 글로벌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로 국한된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달리 파운드리사업을 하지 않는다.
▲ 대만 지진으로 TSMC의 파운드리 독점 체제에 균열이 가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용 반도체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나타낼 준비를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북미 고객사향 HBM 공급을 1~2달 내에 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AI용 반도체 발주도 기대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최근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삼성전자의 HBM을 시험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말해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뛰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그동안 같은 대형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SK하이닉스 주가가 29.19% 오르는 사이 삼성전자 주가는 7.6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가 상승세를 비교해봐도 SK하이닉스가 104%가량 급등한 반면 삼성전자는 약 20%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공급하면서 AI용 반도체 대표 수혜주로 떠올라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을 크게 따돌렸다.
그러나 삼성전자 앞에 여러 호재가 놓인 만큼 SK하이닉스 주가 상승률을 따라잡을 발판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 여력이 더 많이 남았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증권사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평균은 9만8560원까지 높아졌는데 이에 따른 상승 여력은 이날 종가(8만4500원) 기준 16.64% 가량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 대비 상승여력 10.18%를 웃돈다.
최근 들어 증권가의 삼성전자 목표주가가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목표주가 대비 상승여력이 추가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근 11만 원으로 높이며 “대만 지진과 양안 관계의 지정학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생성형 AI시장에서도 매력적 파트너로 부각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대만 지진 이후 메모리 업체들의 판매가격 협상력 증대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주가 선행지표인 메모리 고정거래가격은 지속해서 상향 조정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