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헬스케어가 올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의 수익화를 위한 사용자 수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대표이사가 2023년 9월 사업본부장 당시 캐즐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롯데헬스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헬스케어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봤다.
법인 출범 2년이 지났지만 사업을 본격화한지 이제 반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 당연한 결과다.
롯데헬스케어에게 앞으로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는 기반을 잘 마련하는 일이다. 우웅조 대표이사는 사업본부장 시절 2025년 이후부터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롯데헬스케어 사업의 핵심인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에서 사용자 수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중요해 보이는데 우 대표는 이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롯데헬스케어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8억 원, 영업손실 22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가 지난해 9월 중순 캐즐을 내놓으면서 사업에 첫 발을 떼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 성적표로 나쁘다고 보기만은 힘들다.
롯데헬스케어 영업손실 역시 사업적으로 부진해서 난 것이 아니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급여와 복리후생비 등 인건비와 플랫폼 운영비 등의 지급수수료가 영업손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급여와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으로 지출된 금액이 92억 원가량 되며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로도 각각 69억 원, 30억 원이 쓰였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올해는 지급수수료 등을 지난해보다 40% 이상 절감해 비용 개선에 주력할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사실 캐즐을 출시한 뒤 지난 6개월여 동안 돈을 버는 데는 관심을 크게 두지 않았다. 플랫폼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만 공을 들였을 뿐 가시적 성과를 내는 데 힘을 쏟지 않았다는 뜻이다.
롯데헬스케어가 실제로 캐즐 출시 이후 한 일은 외부 기업과 협력해 캐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롯데헬스케어가 세운 로드맵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기도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2023년 9월 캐즐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와 맞춤형 체중 관리 프로그램, 두피 및 피부 관리 서비스, 뇌건강 관리 서비스 등을 차례대로 내놓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거나 잠재력을 갖춘 외부 기업과 협력한다는 것이 롯데헬스케어가 세운 방침이었다.
물론 현재 이 계획이 조금 지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는 애초 지난해 11월 내놓기로 했지만 올해 2월에서야 도입됐다. 올해 3월 선보이기로 했던 맞춤형 체중 관리 프로그램 역시 곧 제공된다는 안내만 떠있을 뿐 실제로 사용할 수는 없다.
롯데헬스케어는 일부 서비스 도입 지연에도 불구하고 애초 밝혔던 로드맵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체중관리 서비스는 5월경, 두피 및 피부관리 서비스와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상품은 연말까지 내놓는다는 것이 롯데헬스케어의 설명이다.
롯데헬스케어가 캐즐의 서비스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저변을 넓혀놔야만 사용자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특성상 일정 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하면 이후 수익화 모델을 찾기 편해진다.
우웅조 대표이사 역시 롯데헬스케어 실적에 당분간 연연하지 않고 사용자 수를 확보하는 데만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밝혀놓았다.
우 대표는 지난해 9월 캐즐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도뿐 아니라 2024년도 사업 매출도 목표를 잡지 않았고 2025년 이후에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만 세워놓고 있다”며 “2024년 말까지 사용자 수 100만 명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롯데헬스케어가 새 서비스를 내놓을 때마다 사용자 수는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롯데헬스케어가 2월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를 내놓자 이후 1주일 간 평균 가입자 수는 출시 초기와 비교해 184% 늘었다. 3월 기업건강검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도 평균 가입자 수는 1주일 동안 534% 증가했다.
다만 롯데헬스케어의 현주소를 볼 때 우 대표가 사용자 수 확대에 속도를 더 내야 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현재 플랫폼 캐즐의 사용자 수는 15만~16만 명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말까지 1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와 비교하면 달성률이 20%도 되지 않는다.
롯데헬스케어는 마케팅을 본격화하면 이런 문제를 일부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캐즐 내 서비스 확대에 주력했다면 이제는 플랫폼의 구색을 어느 정도 갖춰놓은 만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캐즐 알리기에 나서도 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미 올해 초부터 검색 기반 광고 서비스 통해 플랫폼 이름을 알리고 있다. 앞으로는 2040세대를 타깃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도 광고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캐즐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도 계속한다. 롯데헬스케어는 현재 해외 유명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소싱을 통해 캐즐 앱 내 쇼핑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업건강검진 서비스에서도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3월부터 제공한 기업건강검진 서비스는 롯데그룹 계열사 21곳의 지원을 받은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기업건강검진 수요가 많은 물류회사 등을 중심으로 외부 고객사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기로 했다.
수익화의 핵심 모델로 여겨지는 DTC(소비자 직접 시행) 유전자검사는 5월 재단장한다.
롯데헬스케어의 성공은 롯데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른바 4대 성장동력으로 꼽은 회사 가운데 하나인 만큼 롯데헬스케어의 성공 유무는 롯데그룹의 포트폴리오 변화 가능성 측면에서 중요한 시금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출범 당시 롯데지주로부터 자본금 700억 원을 전액 출자받았으며 지난해 말에는 50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