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결국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였다.”
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저출산과 고령화였다.
이 회장은 손해보험협회장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를 고민하다 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 상황부터 살피게 됐다고 밝혔다.
그것이 바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다.
이 회장은 “현재 국내 인구구조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라 변화하면서 손해보험산업이 불안정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구체적 해법까지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협회장 취임식 때는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의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기 위해서 해안에서 멀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위기 대응만을 강조했는데 지난 100일 동안 고민의 흔적이 녹아났다.
이 회장은 급격한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층의 의료보장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관련 시니어보험 상품을 확대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보험회사들이 요양·돌봄·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거동 가능한 유병 1인 가구 등 새로운 형태의 시니어케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연구과 개발도 지원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에 발맞춰 보험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할 계획을 내놨다.
현행 실손보험 표준약관에서는 임신과 출산 관련 질환이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데 앞으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급여의료비를 실손보험에서 신규 보장하는 방향으로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육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자녀할인 특약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관련 보험상품의 판매 활성화도 지원한다.
질의응답 시간 때 이 회장이 제시한 고령화와 저출산 해법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이 회장은 직접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의 질문에 직접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답변이 부족하다 생각이 들면 바로 담당자를 찾아 충실한 답변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가뜩이나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임신과 출산 관련 질환을 신규 보장하게 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상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급여가 아닌 급여 부분에 대해서만 보장하는 걸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에 따른 장기요양 실손보험의 누수 방지를 위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보험금 누수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과제로 생각한다”며 “요양 실손보험이 고령자를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가 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 전략 말고도 디지털시대 보험 혁신과 미래 지속가능한 보장 체계 구축, 소비자 중심 보험서비스 확립을 미래 핵심전략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우리 사회가 대내외 여건과 경제·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 다중적 환경 변화에 직면함에 따라 사적 사회 안전망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손해보험의 책임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위기를 발판 삼아 손해보험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3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회장은 30년 가까이 재무부와 금융위원회에서 일해 온 금융정책 전문가다.
1964년 충청남도 서산에서 태어났다.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미주리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 증권국 자본시장과, 차관실에서 일하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금융위원회에서 근무했다.
금융위원회에서 보험과장, 금융정책과장, 몽골 중앙은행총재 자문관, 대변인을 지냈고 금융정보분석원장과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55대 손해보험협회 회장에 선임됐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