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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지각변동 가시화, 만년 2위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 아성 흔든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4-02 15: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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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면세점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만년 2위’로 평가받았던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의 자리를 넘보고 있어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라면세점이 올해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들린다.
 
 면세점 지각변동 가시화, 만년 2위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 아성 흔든다
▲ 신라면세점이 올해 롯데면세점을 제치고 면세업계 매출 1위 기업에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승부수를 던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 결과가 이런 판도 흔들기에 중요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국내 대표 면세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업계 양강으로 평가받았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 격차가 현저하게 줄어든 점이 눈에 띈다.

호텔롯데는 1일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지난해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에서 매출 3조796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2년보다 매출이 38.8% 감소했다.

호텔신라 TR부문(신라면세점)이 지난해 거둔 매출이 2조9580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의 매출 차이는 1200억 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실적이 좋지는 않았다. 매출이 31.7% 뒷걸음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면세점과 비교해 매출 감소에 상대적으로 잘 방어하면서 매출 격차를 좁혔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매출 격차가 1천억 원대까지 줄어든 것은 최근 10년 사이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면세점은 업계에서 명실상부 1위 회사로 평가받는다. 1980년 국내 최초로 면세사업에 뛰어든 뒤 꾸준히 매출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을 보면 이런 구도에 미묘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10년 사이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연 매출 격차를 살펴보면 해마다 평균 1조 원 이상의 매출 차이가 났다. 롯데면세점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낸 매출은 45조5704억 원이고 신라면세점은 같은 기간 35조3462억 원이었다.

두 회사의 매출 격차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으로 2조1159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기준으로 롯데면세점을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를 만들어내면서 앞으로 신라면세점이 면세점업계의 맏형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런 분위기는 애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신라면세점은 2023년 3분기에 매출 8451억 원을 냈다. 롯데면세점보다 분기 매출을 1천억 원가량 앞지르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었다.

신라면세점이 지난해 4분기 매출 확대 기조를 이어가지 못한 탓에 연간 기준으로 매출 2위에 머물렀지만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는 점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이부진 사장의 승부수 덕에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의 아성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면세점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새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향수와 화장품,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하는 DF1구역과 패션 및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DF3구역을 확보했다.

신라면세점이 이 구역들을 모두 낙찰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과감한 베팅 덕분이었다.

신라면세점은 DF1구역을 따내는 데 객당 임대료로 8987원을 써냈다. 최소 객당 임대료가 5천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80%나 많은 돈을 써낸 것이다. 신라면세점과 달리 롯데면세점은 당시 6천원 대 중후반을 써내며 소극적으로 입찰했다.

신라면세점이 DF1구역과 더불어 알짜 분야로 여겨지는 DF3구역의 사업권까지 따내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그 배경에는 이 사장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면세점 지각변동 가시화, 만년 2위 신라면세점이 롯데면세점 아성 흔든다
▲ 호텔신라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2개 구역을 따내 매출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은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모습. <호텔신라>

롯데면세점은 이와 달리 모든 구역에서 다른 기업들보다 적은 입찰가격을 제시한 탓에 22년 만에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신라면세점은 이때부터 적지 않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매출을 바탕으로 면세점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는데 실제 성적표를 통해 이런 관측을 증명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은 2001년 개장 이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6%씩 성장한 면세점이다. 2019년 매출은 무려 2조8천억 원이었다.

이 사장이 큰 베팅을 한 배경에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라 해외여행이 정상화하면 자연스럽게 매출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을 따냈던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모두 공항점에서만 매년 1조 원 안팎의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체 추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직매입 사업의 특성상 매출 규모가 늘어날수록 각 업체와 가격을 협상할 때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 성장은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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