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근 하남을 국민의힘 후보가 28일 미사역에서 하남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하남)갑에서 (하남)을로 와서 되게 아쉽다.”
지하철 5호선 미사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이창근 국민의힘 후보에게 하남갑 선거구에 거주한다는 한 유권자가 건넨 말이다.
반면 또 다른 유권자는 이 후보를 향해 “을이에요? 다행이다”라며 이 후보자가 하남을 선거구에 출마한 것을 반가워했다. 지하철역이 쩌렁거릴 정도로 “이창근 파이팅”을 외치는 이들도 여럿 눈에 띄였다.
이창근 후보에게 덕담을 건낸 이들은 이 후보자가 분구 전 하남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실을 알고 있어서였다.
이 후보의 28일 경기도 하남을 거리유세에 동행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유권자들과 진심어린 눈빛을 담아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짬짬이 기자의 질문에도 응했다.
이 후보는 하남시에서 26년 동안 세 자녀를 키우며 살았고 지역 구석구석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역발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구상도 서 있다고 했다.
물론 이 후보에게 냉담한 유권자들도 종종 보였다. 이런 반응에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이 유권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부터 짚었다.
이 후보는 “집권여당이 민생을 제대로 챙겨왔는지를 돌아보고 그렇지 않았다면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특히 젊은 2030(MZ)세대의 정치혐오에 대한 감정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젊은 세대들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기대가 높아 손을 들어줬지만 결국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면서도 이런 관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는 더 큰 반감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40·50세대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낮은 점을 두고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반감이 지역에서 체감된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4050세대는 한참 성장하는 나이대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어떻게 보면 가장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이라며 “그분들 입장에서 정서적으로 괴리가 느껴졌다면 과감하게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앙 정치무대에서는 정파 간 대결 구도를 형성되고 있지만 지역에서만큼은 ‘인물’과 ‘자질’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를 바란다는 심정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하남을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우선 ‘교통’을 꼽았다.
이 후보는 하남을에서 특히 미사강변도시 주민들이 충분치 않은 버스노선과 버스대수 등으로 만원 버스를 몇 대씩 그냥 보내는 등 대중교통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주민들이 큰 불편함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 후보는 대표적으로 ‘9단지’의 예시를 들었다. 해당 지역엔 광역버스가 하나도 지나다니지 않아 6단지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야하고 버스 만원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지하철역으로 가 몇 번의 환승을 거쳐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고 전했다.
물론 지하철은 국가시책에 의해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버스와 관련한 문제는 자신이 ‘즉각’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자신했다.
이 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변인을 지내 가까운 관계를 형성했다. 이 후보는 “서울시의 동의를 이미 받았다”며 이라며 총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즉각적인 해결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원외 인사임에도 하남시 당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이미 7개 노선에 21대 버스를 신설 또는 증차시킨 경력이 있다는 사실도 제시했다.
▲ 이창근 국민의힘 후보가 28일 미사역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남시의 서울 편입 의제도 교통 편의 맥락에서 바라봤다.
이 후보는 “지금은 하남의 버스가 서울로 진입할 때마다 서울시의 동의를 받아야 된다”면서 “하남이 서울시에 편입되게 되면 서울이 26개 구가 된다. 그러면 서울시가 버스 노선을 정하게 돼 고민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교통행정의 절차가 획기적으로 단축된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하남시가 서울시에 편입이 되게 되면 △마을버스에 투입되는 지방재정 절약 △서울과의 통합학군으로 인한 과밀학급 문제 해소 △한강공원 연장으로 인한 편익 증대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런 교통 공약과 함께 총선에서 ‘4대 혁명’이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4대 혁명은 교통·교실·문화·복지를 아우르는 약속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 후보는 증권사 팀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기연구원, 여의도연구원 등을 거친 ‘경제 전문가’이다.
경제전문가의 관점에서 이 후보는 다양한 견해를 내놨다. 우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암담하게 바라봤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글로벌화를 염두해 둔 ‘창업 경제’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제 잠재성장률이 2%가 붕괴 되는걸 걱정해야 한다”며 이대로 가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2%라는 것은 성장률이 제로라는 뜻이다. 결국 일정 규모 미만의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걱정하셔야 할 것”이라며 “지금 청소년들의 미래가 없어지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수출형 경제인데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리하게 쏟아부은 재정이 ‘고물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소상공인 가게에 부담을 주는 상황까지 이어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에서 사용했던 ‘창조경제’라는 단어처럼 국제화·글로벌화를 염두해둔 ‘창업경제’를 국가의 핵심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와 함께 주식양도차익과세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주식양도차익과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개인들의 활발한 투자로 한국 증시가 기업의 훌륭한 자금조달 창구의 역할을 해야 ‘코리아디스카운트’ 같은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규제 개혁·타파’라는 맥락에서 입법활동이 아닌 ‘네거티브(Negative) 시스템’ 즉 ‘법률 다이어트’를 해야한다고 대답했다.
입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사문화되거나 이미 중복 규제나 그러한 법들을 과감히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회에 입성하면 ‘정무위원회’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정무위는 금융뿐만 아니라 국무조정실을 감시감독하는데 규제타파 등 여러 부처의 일을 잘 조정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이창근 국민의힘 후보가 28일 미사역 시계탑 앞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하남을에서 경쟁하는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나’는 질문에 “지역 일꾼으로서 하남을 아느냐 모르느냐”를 꼽았다.
이 후보는 “제가 하남에서 26년을 살기도 살았지만 지난 4년간 지역의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 곳곳을 누비면서 다 봤다”며 "전략공천을 받은 김 후보는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헌법기관으로서 국가적으로 해야할 업무와 중책이 있지만 그 이전에 주민을 대표하는 ‘지역 일꾼’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후보는 “김 후보는 역사 바로 세우기에 관한 일을 했고 김구 선생의 증손자라는 것을 마케팅한다”면서 “지금 민생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가 무슨 상관이 있냐”고 날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이 후보는 하남시민을 향해 "베드타운이냐, 활기 넘치는 자족 도시냐, 시민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인물론, 자질론으로 바라보셔야 된다”고 요청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