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4-03-22 14: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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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이앤씨가 마창민 대표이사 두 번째 임기를 맞아 수익성과 성장성을 다 잡는 쪽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새로운 조직을 꾸려 2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마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해 주택사업에서 수익성 안정화를, 토목사업에서 새 분야 개척을 중심에 뒀다. 핵심사업인 플랜트사업에서는 공격적 영업활동으로 외형성장과 신사업 모두를 잡는 전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DL이앤씨 사업보고서 및 분기보고서에 따른 판매(영업) 조직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을 통한 영업부서 변화가 확인된다.
특히 부서별로 변화의 방향이나 폭이 다른 점이 포착된다. 2번째 임기를 맞이한 마 대표가 지닌 경영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 대표는 전날 DL이앤씨 제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2번째 임기 출발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올해 경영전략에 힘을 실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 자리에서 마 대표는 큰 틀에서 수익성 위주의 관리 및 선별수주를 중심에 두면서도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와 토복사업본부의 영업부서들은 소폭 조정이 이뤄졌다.
주택사업본부의 조직개편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관리역량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마 대표는 올해 주택사업을 놓고 “리스크 관리를 전제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원가관리에 집중해 이익을 개선하겠다”며 사업 전반에 걸친 안정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택사업본부에서는 사업기획팀, 자산운용팀, 도시정비1·2팀이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도시개발팀과 디벨로퍼1·2·3·4팀 대신 도시개발사업팀과 민간사업1·2·3팀, 공공사업팀이 신설됐다.
지난해 DL이앤씨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공사원가 부담이 가중된 탓에 주택사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이에 민간과 공공부문 조직을 따로 둬 각 사업에 맞는 전략을 세우겠다는 방향으로 읽힌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주택부문에서 매출 3조2756억 원, 영업이익 1427억 원을 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1.5% 줄어든 것과 비교해 영업이익은 60.2%나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주택부문의 원가율은 91.9%로 2021년 78.8%, 2022년 86.7%에서 더욱 높아졌다. 다만 분기별로 봤을 때 지난해 4분기 가장 낮은 90.8%를 기록하며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토목사업본부를 보면 크게 6개 팀으로 나뉘던 것이 4개 팀으로 줄어들었다.
토목국내사업팀, 토목국내인프라개발팀, 토목해외사업1·2팀이 존속하면서 토목사업개발팀, 토목스마트엔지니어링팀, 토목해외수력팀이 빠지고 토목해외투자사업팀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마 대표가 새로운 사업 발굴을 강조한 만큼 관련 부서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마 대표는 올해 토목사업과 관련해 “성장 잠재력이 큰 신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 인프라사업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에 맞는 하수 현대화, 바이오가스 등 친환경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신설된 토목해외투자사업팀에 신시장 개척이라는 중책이 맡겨진 것이다. 토목해외투자사업팀은 관련 전문성을 강화해 해외 시장 진출 지역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의정부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민간투자사업’ 등을 포함한 친환경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국내개발팀의 역할 역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화가 있는 조직은 플랜트사업본부다. 마 대표는 최근 플랜트사업 확대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는데 조직개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명확히 나타나는 셈이다.
플랜트사업본부 영업부서는 플랜트영업입찰팀 1개에서 플랜트영업팀, 플랜트입찰견적팀, 러시아영업지원팀, 원자력·SMR(소형모듈원전)사업팀, 2차전지TF(태스크포스팀) 등 5개로 대폭 강화했다.
DL이앤씨에 따르면 플랜트사업본부는 영업부서를 세분화하기 위해 이처럼 다수의 팀을 신설했다.
마 대표는 올해 플랜트사업에서는 기존 분야의 수주와 성장기반 마련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마 대표는 “플랜트사업에서는 기존에 우호적 관계를 토대로 수익성이 검증된 선별수주를 확대할 것”이라며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의 사업개발에도 지속해서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디타워에서 열린 제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마 대표는 이날 정기 주총에서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 DL이앤씨 >
우선 러시아영업지원팀이 신설된 것으로 볼 때 마 대표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주를 확대할 만한 시장으로 러시아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후 사업 불안정성이 높아졌지만 DL이앤씨가 2014년 처음으로 진출한 뒤 여러 가스 및 석유화학공장 등의 기본설계(FFED)와 상세설계 작업을 수행하며 현지에 특화한 기술표준, 요건, 특수성 등 노하우를 축적한 지역이다.
DL이앤씨는 2021년 출범 뒤 첫 해외수주를 따낸 지역이 러시아(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다. 지난해에는 아랍에미리트(UAE) 현지법인, 호주 지사와 함께 러시아 스바보드니 지사를 새로 설립하기도 했다.
DL이앤씨는 원자력·SMR사업팀을 꾸리며 플랜트부문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SMR에도 더욱 힘을 싣는다. DL이앤씨는 SMR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엑스에너지와 지난해부터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DL이앤씨는 2차전지TF를 신설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분야 수주 역량도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9월 삼성SDI 천안 사업장의 배터리 생산설비(극판 M라인) 신축공사를 따내며 배터리 관련 플랜트사업 수주에 시동을 걸었다.
마 대표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건설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DL이앤씨는 이런 여건 속에서도 신규수주 확대, 탄탄한 재무지표 등을 통해 차별화한 경영성과를 달성했다”며 “올해도 외부 리스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회사를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