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03-21 11: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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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후 진행해온 사명 변경 작업을 마무리 했다.
남궁 사장은 사업 혁신 모델인 '어헤드(AHEAD)'를 사명에 넣고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사명 변경을 계기로 변화를 선도하고 미래를 앞당기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2023년 10월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석유·가스 산업 전시회인 아디펙 행사장에서 영국 기업 카본 클린과 공동개발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21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새로운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이앤에이(E&A)는 새로운 사명과 함께 혁신을 더욱 단단히 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주주총회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명을 삼성이앤에이로 바꾸는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E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강력한 자산인 기술(Engineering)을 의미하는 단어인 동시에 에너지(Energy)와 환경(Environment)의 뜻을 담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향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의지를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A는 어헤드(AHEAD, 앞으로)에서 따온 것으로 대한민국 기술을 이끌어 온 선두 주자로서 변화와 혁신을 수행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가치가 포함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주총회를 마치자마자 주소와 상호가 변경된 홈페이지도 새롭게 단장해서 공개했다. 홈페이지에서 '앞선 기술로 더 나은 미래를 구현하는 엔지니어링 회사'라는 비전과 단단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고객과 사회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코어 투 밸류(CORE to VALUE)'라는 표어(슬로건)를 제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사명변경은 33년 만이다. 1970년 대한민국 최초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코리아엔지니어링으로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1978년 인수해 1991년 삼성엔지니어링으로 바꾼 뒤로는 쭉 같은 이름을 사용해 왔다.
최근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이름을 바꾸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21세기 들어 합병 등 사유가 없음에도 사명 변경을 추진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중국 현대전자 인수 이후에 삼성전관에서 이름을 바꾼 삼성SDI 정도를 찾을 수 있을뿐이다.
남궁 사장은 2023년도 사장단 인사를 통해 취임한 이후 어헤드, 퍼스티브, 인스파이어 등 앞서나가겠다는 의미가 담긴 단어들의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사명 변경 작업을 추진해 왔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상표권 출원 뒤 실제로 디자인 도안이 나오고 여러 용도로 쓰이는 등 후속 작업이 진행된 것은 어헤드 뿐이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어헤드는 이미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전략에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중강기 핵심 전략으로 차별화된 수행 패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어헤드를 통한 혁신 안정화와 포스트 어헤드를 통한 혁신 체질화를 주요 경영 전략으로 제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어헤드 전략과 관련해 “기존 혁신의 완성·통합·개선으로 혁신을 안정화하고 체질화하여 EPC업의 한계인 변동성과 생산성을 극복하고 혁신 경쟁력을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도 어헤드 전략이 강조됐다. 프로젝트 수주 과정에서의 어헤드 수행 모델은 지식과 노하우를 디지털 자산화해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IT 기반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나아가 잠재적 리스크를 발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근본적인 수행 혁신을 의미한다.
설계부터 시공 등으로 이어지는 사업 수행 전반 과정을 데이터로 만들어 선제적으로 공사 일정을 관리하게 된다면 현장 생산성을 쉽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엔지니어링이 21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을 확정했다.
남궁 사장은 미래 산업 대비를 위해 조직도 정비했다.
지난해 플랜트사업본부에 바이오사업팀, 엔지니어링본부에 수전해기술팀을 새로 설치했다.
아울러 미래 사업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데이터와 시스템 등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워크 혁신센터, 화공영업 기획 및 수행을 총괄하는 세일즈&비지니스 디벨롭먼트 팀, 홍보·정보공개(IR)·ESG를 총괄하는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를 조직해 대표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남궁 사장은 사명 변경을 계기로 삼아 어헤드 전략을 한층 더 강력하게 추진해 부진했던 해외 수주를 회복하고 실적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한 달리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1조 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뒀음에도 해외 화공 수주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0조6249억 원, 영업이익 9931억 원, 순이익 6956억 원의 누계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규수주는 8조8천억 원으로 경영 목표 12조 원 대비 73%에 그쳤다. 비화공 부문의 수주가 2022년 6조3392억 원에서 7조7458억 원으로 22.2% 증가한 반면 화공 부문 수주는 1조455억원으로 2022년(3조8944억)보다 73.2% 감소했다.
지난해 아쉬웠던 해외 화공 부문 수주는 올해부터 물꼬가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5일 기타 경영사항(자율공시)를 통해 60억 달러(약 8조 원) 규모의 중동 화공 프로젝트의 조건부 수주통지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조건부 수주통지서와 함께 계약서 초안을 수령했으며 비밀 협약에 따라 발주처 이름, 프로젝트 이름, 구체적인 수행 지역은 정식 계약 체결 때 공개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2024년도 해외 화공 수주가 높은 성적을 거둬 전년도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삼성엔지니어링의 2024년 화공 수주 가이던스는 6조3000억 원”이라며 “이번 수주 건으로 가이던스는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남아있는 수주 유력 안건은 인도네시아 TPPI(FEED to EPC, 약 35억달러, 상반기), 사우디 알루자인 PHD/PP(FEED to EPC, 약 20억 달러, 하반기) 등이 있다”며 “공개 입찰건인 말레이시아 SAF, 사우디 블루암모니아(약 20억 달러) 건까지 고려하면 전년도 수주 부진을 만회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사명을 변경했지만 해외 수주 활동에서 삼성이앤에이라는 상호를 쓰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즉각적으로 바뀐 상호 이름을 사용이 가능한 부분과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새로운 이름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