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거대 양당의 대안정당으로서 기치를 들었지만 4·10 총선 선거전 초반 판세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로서는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 가능권에 들어 있는 개혁신당 후보들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데다 본인조차 원내 입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대표의 원내 진출이 이번에도 좌절되면 정치적으로 후일을 도모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4·10 총선을 앞두고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의 정치세력이 거대 양당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선거전 초반 판세만 보면 오히려 양당 집중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수준의 지지를 얻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 조사를 보면 조국혁신당은 29.4%의 응답을 받아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31.7%)와 거의 근접한 수준에 이르렀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은 18.0%로 집계됐다.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임의전화걸기(RDD)·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다만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한 제 3지대 정당세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2월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더욱 진보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윤석열 정권 조기종식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하며 민주당과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는 뜻을 내보였다.
오히려 조국혁신당에 지지세가 집중되며 그 외 제 3세력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디어토마토의 여론조사에서 나머지 정당의 비례대표 정당 지지도를 보면 개혁신당은 5.5%, 새로운미래 4.2%, 녹색정의당 2.9% 등으로 집계됐다. 이런 흐름이 총선 당일까지 이어진다면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2석 정도밖에 건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에서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거대 양당에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혁신당의 지지도는 5% 미만인 결과가 많다.
개혁신당 원내 인사인 양향자 의원은 경기 용인갑에 출마했지만 초반 성적은 애초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메타보이스가 JTBC 의뢰로 11~12일 경기 용인갑 선거구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여론조사를 보면 양 의원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에 머물렀다. 민주당 후보인 이상식 전 부산경찰청장은 43%, 국민의힘 후보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30%의 응답을 받았다.
이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100%)·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이준석 대표 본인도 지역구(경기 화성을)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에 놓였다.
경인방송과 인천일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과 16일 경기 화성을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이 대표의 지지율은 23.1%로 민주당 후보인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46.2%)에 크게 뒤처져 있다.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이 대표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인 한정민 전 삼성전자 연구원(20.1%)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1위 후보에 오차범위 밖에서 뒤처져 있는 만큼 이 대표로서는 초조한 상황인 셈이다.
이 대표에게 이번 총선은 다음 정치적 경로를 설정하는 중요한 단계다. 최적의 시나리오는 개혁신당에서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뒤 자신의 뿌리였던 보수진영에서 주도권을 탈환하는 것이다.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향후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전후로 진행될 보수통합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면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이 대표 자신은 지역구 선거 승리로 국회 활동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 대표는 전국적 인지도를 갖췄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공직 선거에서 당선된 이력이 없다. 정치인으로서 체급을 키워나가기에는 한계도 분명이 있는 셈이다.
22대 국회가 시작되면 향후 의석이 없는 소수정당 대표로서는 발언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가 국회에 진입하지 못하면 과연 정치인으로서 생명이 지속될 수 있겠나”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뻔히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출마하는 경기 화성을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만큼 험지로 분류된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이 대표는 의미 있는 이력을 더할 수 있게 된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만 보면 이 대표가 민주당 후보에 오차범위 밖으로 뒤처져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와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최종 역전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가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유권자들의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해 3위 후보의 지지도를 2위 후보가 일정 부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가 유권자들에게 이름과 얼굴이 잘 알려져 있다는 점도 경쟁자들보다 유리한 요소다.
▲ 이준석 대표가 2021년 6월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과거 이 대표는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키며 쟁쟁한 중진 정치인들을 모두 꺾고 당대표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여론의 흐름을 포착해 대세를 역전시키는 능력은 이 대표의 장기로 꼽힌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의 수장으로서 거대 양당과 차별화하며 주요 정치 이슈를 선점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인사들의 이종섭 호주주재 한국대사에 대한 귀국 요구와 관련해 “바보들아, 문제는 대통령이야”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대사의 문제는 윤석열 정권이 채모 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은폐하려고 한 일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든 은폐 기획이 나중에 백일하에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이 대사는 주범이 아니라 종법밖에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범은 국민이 부여한 막강한 권력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용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선거용으로 눈 가리고 아웅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문제를 제기하려면 윤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 수용을 종용하라”고 요구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