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사외이사는 의학이나 약학 교수 혹은 식약처 등 관계 기관 출신 인물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이사회 중심 경영이 확산되면서 관료 출신부터 법조계, 경영대교수, 회계 등 자체 기업 문제 해결이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를 위한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
▲ 13일 제약 바이오회사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주주총회 공고를 살펴보면 다양한 경력의 사외이사 후보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보령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인 박인호 전 공군 참모총장. <연합뉴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녹십자, 대웅제약, 보령, 한미사이언스 등이 신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3월 주총에 상정했다.
가장 독특한 이력을 가진 신임 사외이사 후보는 보령의 박인호 고문이 꼽힌다.
박인호 사외이사 후보는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항공 및 우주, 방산 수출분야에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보령이 신성장동력으로 우주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박 고문의 경력이 보탬이 될 수 있다.
관 출신 인물이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국토교통부 장관 출신인 서승환 연세대 명예교수를 의결했다.
서 명예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내다 2020년 연세대학교로 돌아와 19대 총장으로도 활동하면서 행정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녹십자는 올해 주총에서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이춘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를 제외하고 3명을 새로운 인물로 교체했다.
구체적으로 이진희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와 심성훈 스펙트라 대표이사, 박기준 우리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등이다.
특히 심성훈 대표는 케이뱅크 은행장 출신임을 고려하면 금융 회계 출신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을 위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 교수 출신인 조영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전통 제약사다운 모습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ESG보고서 표지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국내 매출 기준으로 10대 기업으로 꼽히는 곳에서 대웅제약을 제외하면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확산되면서 이사회에 회사에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요소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사회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이사회는 ESG 경영 요소 가운데 지배구조에 주요 평가 기준으로 얼마나 독립적으로 사내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 이사회의 의사결정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더구나 제약바이오산업 특성상 신약개발을 위해 수천억~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ESG 경영 요소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약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사들이 ESG경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기관투자자들이 ESG 경영이 부족한 기업에게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로벌 책임 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제약바이오사들로서는 ESG 경영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