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그룹을 포함 금융권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보폭을 넓히고 있다.
상생금융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측면에서 사내 출산·육아 관련 복지를 확대하고 사회공헌을 위한 돌봄시설 지원 강화, 각종 출산·가족 관련 우대금리 상품 출시 등에 힘을 싣고 있다.
▲ 4대 금융그룹을 포함 금융권이 저출산 문제 관련 지원 보폭을 넓히고 있다.
1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부터 도입한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 제도는 첫 접수에서부터 신청자가 45명을 보이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은 육아휴직 2년을 사용한 뒤 퇴직했을 때 3년 뒤 별도 조건 없이 기존 직급으로 복직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직원이 5년 동안 육아에 전념한 뒤 복귀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재채용 조건부 육아퇴직은 KB국민은행이 올해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는데 벌써부터 업계로 제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도 올해 1월 진행한 임금단체협상에서 같은 제도 도입과 6월 시범적용에 합의했다.
이번 재채용 제도는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경력단절 우려 해소로 복지를 넓힌 것으로 업계 안팎의 관심도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은 출산 전후 휴가, 육아휴직 보장 기간 확대 등에도 경력단절 방지와 저출산 극복 정책 목표 달성이 미흡했다”며 “경력단절 최소화를 위해 현재 제도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23년 연령대별 남녀 고용률 자료를 보면 경력단절로 3040 여성의 고용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M자 커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35~59세 남녀 고용률 격차는 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금융권은 출산휴가 확대와 난임치료 휴가 등 제도 도입에도 앞장서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배우자 출산휴가 및 입양휴가를 최대 100영업일로 확대했다.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이 글로벌 복지제도를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또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은 모두 유급 출산휴가를 법정기준일(90일)보다 많이 지원하고 있다. 2019년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4대 은행들은 각각 난임치료를 위한 유급 휴가 또는 유급 휴직제도 등도 운영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육아·돌봄 부분의 사회공헌활동도 눈에 띈다.
KB금융은 상생금융에 힘을 실으면서 2027년까지 5년 동안 전국 초등돌봄시설 및 국공립 병설유치원 신축·증설에 500억 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KB금융은 앞서 2018년부터 지역 거점형 돌봄센터 등을 통한 온종일 돌봄사업에 1250억 원 규모를 지원하고 있다.
▲ 김경남 KB금융지주 ESG상생본부 상무(왼쪽에서 첫번째), 도성훈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왼쪽에서 네번째)이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개관식에서 학부모, 학생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B금융 >
신한금융도 올해 맞벌이 가정 자녀들의 방과 후 돌봄을 지원하는 신한 꿈도담터사업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 안에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전용 어린이집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우리금융미래재단을 통해 여성가족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와 미성년 미혼 한부모 자립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은행들은 출산, 다자녀 관련 금리우대 상품들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하나은행은 다자녀 부모 우대 금융상품으로 연 최고 8.0% 금리를 제공하는 ‘하나 아이키움 적금’을 운영하고 있고 IBK기업은행도 최고 연 7.0% 금리의 ‘IBK부모급여우대적금’을 지난해 출시했다.
신한은행의 연 9.0% 금리 패밀리상생적금은 올해 1월 출시된 뒤 3개월 만에 완판되면서 인기를 모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2월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정책과 관련 "최근 파격적 규모의 출산장려금을 비롯해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차원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어 정말 반갑고 고맙게 생각한다"며 기업의 노력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 뒤 3월5일 민생토론회에서 기업이 근로자에 주는 출산장려금은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8년 연속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평생 아이 몇 명을 낳을 것인지를 예상한 수치다.
전국 261개 시군구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0.7명보다 낮은 곳도 26.8%에 이르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