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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초반 조짐 좋지 않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2-07 14: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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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황창규 KT 회장이 커다란 암초를 만난 셈이다. 황 회장은 일단 통신시장 영업 강화로 풀어나가려고 한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남은 인력을 현장영업에 투입해 영업력으로 실적을 개선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부작용도 심각히 나오는 등 만만치만은 않아 보인다.


  황창규, 초반 조짐 좋지 않다  
▲ 황창규 KT 회장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5일 KT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무선시장에서의 과열된 경쟁과 유선분야 매출의 감소, 고비용 구조 등을 고려해 KT의 신용 등급을 하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KT의 낮아진 수익성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KT가 주요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 한 향후 1∼2년 사이에 차입 규모를 개선하기 어렵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했다.


KT의 연결재무상 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조5,000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외 사채만도 2조1,000억원에 이른다. 신용등급 하락은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악재로 작용한다. 더 많은 이자를 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이 A에서 B 등급으로 떨어지면 연 1%의 추가 이자를 더 물어야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 무선 사업 반등의 조짐은 있지만…

KT는 일단 무선시장 영업 강화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계획이다. 무선 사업부문이 지난 4분기 반등에 일단 성공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선 매출이 올랐다. KT의 무선 매출액은 지난 4분기 1조7,539억원을 기록했다. 무선 가입자 수도 늘었다. 3분기까지 감소하던 분기별 무선 가입자 수는 4분기에 처음 증가를 기록했다. 특히 요금이 비싼 LTE 가입자가 증가해 KT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상승했다. KT 측은 “올해 무선 사업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가량 늘고, ARPU 상승률도 5~6%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회복세를 유지하기 위해 KT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소매 유통망 점검도 나서고 있다.

KT는 지난 6일 ‘갤럭시 S4 LTE-A 로즈골드’를 출시했다. 단말기 출시와 함께 ‘황금 페스티벌’이라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신규고객들에게 골드 바 등 다양한 경품을 제공하는 행사다. KT 무선단말담당 이현석 상무는 “KT는 앞으로도 고객의 선택권을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숫자 ‘3’ 마케팅도 이어간다. KT는 지난달 29일 ‘광대역 안심무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기존 요금 대비 데이터가 3배 늘어난 15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KT의 이번 새 요금제는 최근 늘어난 동영상 이용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영상 서비스는 많은 데이터를 소모하기에 이번 요금제에 대한 헤비유저(heavy user, 사용 빈도가 높은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KT 측은 “앞으로도 고객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요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영업 강화에 필요한 유통망도 점검하고 있다. KT는 지난 1일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 대해 특별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했다. 각 지사에서 3명을 파견해 소매점의 문제 진단과 코칭을 시작하는 것이 특별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이다. 부진한 매장은 인력조정도 예정돼 있다. KT 관계자는 “월 판매 100건 미만 매장은 인력비중이 높아 손실 폭이 더 큰 상태”라며 경영개선 작업이 필요함을 밝혔다.


◆ 황창규 호의 순항을 가로막는 곳곳의 암초

황 회장은 조직을 슬림화하는 구조조정을 통해 남은 인력을 현장에 배치해 영업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직원 동요를 우려해 인위적 인력감축은 자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단행된 팀장급 인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내놓고 대기중인데, 그 불만이 상당하다. KT의 한 인사는 “KT를 위해 충성을 다 했는데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당장 현장으로 내려가 대기하라’는 인사를 누가 받아들이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KT 측은 “조직개편을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생기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불만이 넓게 퍼지고 장기화되면 영업력 강화를 통한 ‘통신 1위기업’이라는 황 회장의 목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KT노조는 황 회장이 임원급 인사에서 대폭 물갈이를 할 때에는 ‘방향이 옳다’며 지지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일선으로 파급될 경우에도 이런 지지를 계속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KT 계열사인 KT ENS의 부장급 직원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하청기업들이 3,000억원대 대출을 받도록 해준 사건도 터졌다. 이 직원은 재무 담당 직원이 아니라 영업 담당 직원이었다. 계열사의 한 직원은 “일부 영업 현장 분야에서는 사장 명의의 도장을 함께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선 영업 현장의 무너진 기강을 잡지 못한다면 황 회장의 영업력 강화는 공염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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