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3-08 1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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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 변호사(왼쪽)과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오른쪽). <페이스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4월 총선 경기 용인병 지역구에서 전직 군인 출신으로 ‘친윤(친윤석열)’과 ‘친명(친이재명)’ 성향의 정치 신인들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서 맞붙는다.
민주당의 용인병 경선에서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지역구 현역인 정춘숙 의원을 이기는 이변을 일으키며 국민의힘에서 일찌감치 단수공천을 받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고석 변호사와 총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로 '정권지원론'을 펼칠 것으로 보이며 부 전 대변인은 '정권 심판론'을 내세워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 용인병에서는 이번 총선 선거구 조정으로 죽전2동이 용인정으로 빠지면서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나온다.
용인시는 매선거 때마다 선거구의 인구 편차 상한선이 넘어가면 선거구 조정을 통해 겨우 4선거구 체제를 유지하던 곳이다. 이번 22대 총선에서 용인병은은 죽전2동을 용인정으로 넘겨주면서 풍천1동, 풍천2동, 신봉동, 동천동, 상현1동, 상현3동, 성복동으로 확정됐다.
선거구 조정으로 빠진 죽전2동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49%포인트 차이로 국민의힘에 앞선 곳으로 고석 변호사에겐 희소식이 됐다.
용인병 탈환을 노리는 고석 변호사는 2023년 12월20일 용인시청 브리핑룸에서 “무분별한 탄핵과 특검 중독으로 국정을 마비시켜 헌법의 3권분립 원칙은 거대 야당의 횡포로 무너졌다"며 "최소한 우리가 선택한 정부가 일은 할 수 있게 해주는 국회가 돼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정권지원론을 선거 구호로 내건 것이다.
고석 변호사는 1960년생으로 서울 성북구 출신이다. 육군사관학교(39기)를 졸업한 뒤 교수요원으로 채용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84학번으로 위탁교육을 받았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학·석·박사를 받았다.
1988년 육사 법학과 전임강사로 위촉됐고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3기를 수료했다. 고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 고석 변호사(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5일에 경기도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고석 페이스북 갈무리>
이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고 2008년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으로 있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영전을 축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육군본부 법무실장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을 역임했다.
고 변호사가 2012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을 끝으로 전역할 때 윤석열 당시 검사가 찾아와 “그간 고생했다”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로 개업했고 법무법인(유) 세종에서 파트너변호사로 근무했다.
2023년 용인 수지구 발전을 위해 관내 거주하는 대학교수 및 전문가 모임인 ‘수지새미래연구원’을 창립해 초대 원장으로 추대됐다. 2023년 8월24일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로부터 국민의힘 용인시 병 당협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민주당에선 지역구 현역인 정춘숙 의원이 용인병에서 재선을 노렸지만 경쟁자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의 경선에서 패배하면서 정치신인끼리 대결이 이뤄졌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해 10월17일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개혁과 혁신을 이뤄내는 데 앞장서겠다. 시작은 사익에 눈 먼 의원들을 교체하는 것이 수지를 선택한 이유”라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부 전 대변인은 1970년생으로 제주 출신이다. 제주 세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군사관학교(43기)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임관한 뒤 18년 동안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소령 전역했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뒤 20대 국회에서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다.
2018년 정경두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직을 역임한 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제주을 출마의사를 밝힌 뒤 오영훈 후보와 맞붙었지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총선 뒤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에서 전문연구원으로 일하다가 2020년 12월에 국방부 대변인으로 임명돼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변인에서 퇴직한 뒤 문재인 정부의 국방 비사와 윤 대통령의 멘토 의혹을 받는 무속인 천공의 이야기를 담은 ‘권력과 안보’를 출판했다. 하지만 군사기밀 보호법을 이유로 자택과 차량 등을 국군방첩사령부로부터 압수 수색당했다.
정부는 법원에 도서출판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민사소송을 진행했는데 1심에서는 정부가 패소했다. 그 뒤 2심 법원은 “총 400쪽 중 6쪽 분량을 삭제하지 않고선 책을 출판·판매·배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에 부 전 대변인은 6쪽 분량을 가린채로 ‘윤석열 정부의 1호 금서’라는 문구를 크게 박아 재발매했다.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 실질적으로 군사기밀은 하나도 없다”며 “(군의 고발과 조사는) 엄연히 천공 언급에 대한 보복, 괘씸죄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폐쇄회로(CCTV)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수사한 결과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 등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승찬 페이스북 갈무리>
부 전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선거 경선캠프에서 제주지역 관리자로 활동했고 각종 방송에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이 대표를 치켜세우는 등의 행보로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굳혀갔다.
고 변호사와 부 전 대변인이 맞붙는 용인병은 수지구 일부 지역으로 제19대 선거에서 급격한 인구증가로 신설된 선거구다.
수지구는 성남시 분당구와 더불어 경기도에서 소득·생활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에 중산층과 고소득층 인구가 다른 선거구에 비해 높아 보수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한선교 전 새누리당 의원이 17대~20대까지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19대 대선을 기점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증가하다가 젊은 인구수 유입에 힘입어 21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배출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위기 등을 거치며 다시 보수세가 강해졌고 최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그 추세가 확연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만2390표(52.83%)를 득표해 6만8441표(43.88%)를 얻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8.95%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바로 뒤이어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용인시장 선거에서는 그 차이가 더 벌어졌다. 이상일 국민의힘 후보는 6만5852표(57.49%)를 얻어 4만7936표(41.85%)를 득표한 백군기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15.64%포인트 차이로 격차를 더 벌렸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