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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3월] 차기 구축함 수주 신경전, '방산 카르텔' 비리 의혹 한 점 없어야

김승용 기자 srkim@businesspost.co.kr 2024-03-07 1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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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7조8천억 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 수주를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입찰 자격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날선 신경전의 시작은 지난 2월27일 방위사업청의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입찰자격 제한 여부 심사 결과가 나온 후부터다. 
 
[데스크리포트 3월] 차기 구축함 수주 신경전, '방산 카르텔' 비리 의혹 한 점 없어야
▲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7조8천억 원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조감도. < 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당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한국형 차기구축함 관련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 이들은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에 다른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3년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방사청은 이같은 보안 사고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를 심의했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국가계약법과 청렴서약 위반 여부를 심의했고, 그 결과 단순 행정지도를 하기로 결정했다. 국가계약법은 5년 제척기간이 지났고, 청렴 서약은 대표나 임원 정보유출 개입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HD현대중공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방사청은 6개월에서 5년까지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데, 만약 5년 동안 입찰 자격이 제한되면 HD현대중공업은 사실상 국내 해군 함정 등 각종 방위사업 입찰 기회를 박탈당할 처지였다.

방사청의 가벼운 행정지도 심사 결과가 나오자 한화오션 측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 4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 설계 유출에 개입·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HD현대중공업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화오션 측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방사청 처분을 지켜보며 HD현대중공업의 ‘꼬리 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비위 사실이) 모두 가려질 수 있겠다는 심각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화오션 측은 이튿날 별도 기자회견까지 열어 "HD현대중공업 고위 임원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지시나 관여 없이 수년간 군사기밀을 탈취해 회사 내부에 비밀 서버를 구축·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형사고발을 통해 임원 개입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 진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데스크리포트 3월] 차기 구축함 수주 신경전, '방산 카르텔' 비리 의혹 한 점 없어야
▲ 한화그룹 사옥. 

한화오션은 직접 입수한 지난해 11월 법원 판결문을 비롯해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신문조서에는 '군사비밀을 열람·촬영한 사실에 대해 상급자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일부 피의자가 '맞다'고 대답한 내용이 담겼다. 또 '피의자의 부서장, 중역이 (이러한 행위를) 결제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같은 한화오션 주장에 HD현대중공업 측은 당일 즉각 입장문을 내며 반박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문제 사안은 사법부 판결과 방사청의 두 차례에 걸친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종결됐다"며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크게 왜곡하고 있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또 "특수선사업부 직원들은 군사 Ⅱ급 비밀까지 취급하고, 이러한 자료를 군 당국과 수시로 활용하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논리 비약"이라며 “기밀문서를 보관하는 보안 서버를 도입한 것은 기무사 권고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두 회사의 공방전에 현역 국회의원도 끼어들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가 있는 경남 거제 지역구의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국회에 나와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언했는데,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입찰 자격 유지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그러면서 “방사청은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에 대한 재심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며 “수사당국은 역량을 총집결해 ‘방산 카르텔’, ‘방산 마피아’ 세력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사회 각계 ‘카르텔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그와 맥을 같이 하는 ‘방산 카르텔 척결’이라는 주장을 그가 제기한 것이 주목된다. 

한화오션과 서 의원 측 주장은 HD현대중공업이 군 인맥과 로비 등 소위 ‘방산 마피아’ 뒷거래를 통해 방사청 심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핵심이다.
 
[데스크리포트 3월] 차기 구축함 수주 신경전, '방산 카르텔' 비리 의혹 한 점 없어야
▲ HD현대그룹 사옥. 

공교롭게도 HD현대의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통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상정키로 의결했다. 이 전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지난 2015년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 수사 결과, 우리나라 국가 방위사업은 전현직 군 장성, 방위사업청 고위 간부, 방산 업체가 검은 뒷거래를 통해 사업을 수주하는 ‘카르테 방산 비리’가 여전히 만연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수사단은 현역과 예비역 장성을 포함해 63명을 재판에 넘겼다. 

앞서 1988년 노스롭 스캔들(노스롭 항공사가 우리나라 공군에 F-20 전투기를 팔기 위해 벌인 대형 로비 스캔들), 1993년 율곡사업 비리, 1998년 린다김 로비 사건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방위사업을 둘러싼 비리는 지금도 여전히 척결 대상이다.

우리 해군의 전투력을 책임질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이 또다시 방산 카르텔 비리로 얼룩져, 공정한 경쟁을 통한 방산 산업을 육성하는 길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 당국은 엄중하고 독립적 수사로 국민들로부터 한 치의 의구심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승용 산업&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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