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3-06 16: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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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 가능성에 대해 주변 국가들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재벌 구조개혁이 빠진 상태에서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을 두고 외신에선 핵심을 벗어난 정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6일 각국 외신을 종합한 결과 해외 언론들은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시 저평가의 본질은 ‘재벌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에 있는데 이에 대한 해법이 빠졌다는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는 2일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이 발표됐음에도 시장 반응이 미온적이었던 이유는 재벌 위주의 건강하지 못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부재했기 때문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전자부터 현대차까지 한국의 대기업 재벌들은 비정상적 수준의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며 “재벌 구조 논란과 소액주주들을 외면하는 성향이 한국 기업의 가치가 글로벌 대비 저평가된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 외에 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할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한국 금융당국이 깨달아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도 인용했다.
미국 CNBC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데 충분치 않다”며 “재벌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 구조상 의사 결정에 있어 소액주주들의 영향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사회가 대주주에 충성하는 것이 아닌 주주가치 강화를 위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말도 인용했다.
중국 증권시보도 1일 ‘일본 증시가 급등하자 한국이 베끼려 한다’는 기사에서 “지난달 26일 밸류업 세부안을 발표했음에도 그날부터 29일까지 코스피가 총 0.87% 빠지며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증권시보는 “밸류업 세부안은 강제성과 구체적 방안들이 결여돼 있다”며 “현재 상태에선 밸류업이 기업들의 자율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이라는 리쟈청 랴오닝대 교수의 발언도 인용했다.
증권시보는 이어 “한국증시 저평가의 근본 원인은 재벌 문화에 따른 불투명하고 비합리적 기업 지배구조”라고 지적했다.
대만 중시신문망은 “한국의 밸류업 세부안이 발표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결여되는 등 충분치 못했다”며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원인은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재벌 집단의 영향력이다”고 짚었다.
일본 언론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평가했다.
일본 JB프레스는 3일 “일본의 경우 2013년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바탕 위에 밸류업이 시행됐던 것”이라며 “한국의 대기업은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재벌가가 대부분 지배하고 있어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선 더욱 강제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을 표심용 정책으로 보는 의견도 나왔다.
블룸버그는 “일각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을 4월 총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으로 보고 있다”며 “따라서 선거가 끝나면 밸류업이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 일부 외신에선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을 선심성 정책으로 보고 있다.
JB프레스도 “총선을 앞두고 주가부양이 다급해진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라 평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한국 정부가 내놓은 증시 부양책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특히 주가순자산배율(PBR)이 낮은 상장사에 스스로 PBR을 개선할 것을 요구한다. PBR을 높이기 위해선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상장사들의 밸류업 정도를 비교해 공시하며 밸류업 우수 상장사들을 모은 ‘벨류업 지수’도 개발한다.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은 일본의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3월 도쿄거래소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뒤 닛케이 지수가 지속해서 크게 상승하며 지난달 약 34년 만에 역대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