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월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것을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는 올해 들어 어느 해보다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우선 VIP가 1월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고 1월17일에는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한국거래소에서 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한국거래소를 자주 찾았다.
윤 대통령의 한국거래소 방문에 함께 한 것은 물론 2월26일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내용도 한국거래소에서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올해 한국거래소를 지속해서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증시 부양을 위해서다.
한국증시 저평가 해소,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불리는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의지를 한국거래소 방문을 통해 강하게 보인 것인데 지난 2개월 정부가 바라는 효과를 얻었는지는 의문이다.
올해 한국증시는 결과적으로 아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증시는 1월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코스피는 연초 8거래일 연속 내리며 힘을 쓰지 못했고 1월 중순 이후에도 하락세를 이어가 글로벌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낮은 상황까지 이르렀다.
2월 들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일정 부분 회복세로 돌아섰다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게만 여겨진다.
미국과 일본에서 3월 들어서도 연일 사상 최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과 달리 코스피는 여전히 전 고점 대비 20% 가까이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장(한국증시)은 안 된다’ ‘미국장이 대세’라는 푸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닐 테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힘을 쓰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예측 가능성 낮은 정책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공매도 금지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
올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관련해서도 긴 논의 단계에서는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미국 증권거래소의 승인 직후 국내 거래 불가 의견을 밝히면서 여러 해프닝을 빚었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시장의 신뢰를 온전히 얻지 못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를 이끌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을 잔뜩 키워놨는데 2월 말 발표된 세부내용은 기업의 강제성을 담보하지 못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월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세부안 발표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에 강제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기대감이 일부 살아났지만 시장은 여전히 실효성을 향한 의심 어린 눈빛을 거두지 않고 있다.
3월 주총을 앞둔 일부 기업들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눈치를 보며 주주환원 정도를 쉽사리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성은 투자를 주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기준금리과 대선, 중국 경기 등 글로벌 상황뿐 아니라 4월 총선 결과 등 국내 증시엔 정책적 불확실성을 빼고도 주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넘쳐난다.
개별기업으로 들어가면 실적 개선, 투자 방향성, 인수합병, 지배구조 변화 등 투자자는 수없이 많은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불확실성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정책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요인이어야지 키우는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6월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세부방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기업가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만큼이나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할 것이다. 이한재 금융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