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에 이어 일본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시장이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 저렴한 엔화 덕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어 여 부회장은 매물 탐색에 신중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지난해 일본에 부동산 투자법인을 세우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한화생명>
3일 한화생명은 지난해 6월 일본에 부동산 투자법인 설립을 마치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해외에다가 부동산 투자를 위한 법인을 세운 것은 일본이 두 번째다.
앞서 한화생명은 2022년 6월 미국에 DP 리얼 에스테이트 아메리카 LLC(DP Real Estate America LLC)를 설립했다.
한화생명은 미국 부동산투자법인을 통해 2022년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스퀘어에 있는 300그랜트 빌딩을 1억5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한화생명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것은 자산운용 경쟁력을 강화하고 운용 자산군을 다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부동산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손실을 막는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 효과도 얻을 수 있는 투자자산이다.
여 부회장도 지난해 5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경기가 안 좋을 때가 오히려 부동산 투자 기회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이 이번에 일본에다가 부동산 투자법인을 세운 이유는 고금리로 전 세계 부동산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호황기를 맞고 있는 일본 부동산시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부펀드부터 골드만삭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이 일본의 상업용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투자청은 오사카 기타하마넥수빌딩을 1억8천만 달러에 매입했고 물류시설 6곳도 8억 달러에 사들였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블랙스톤의 결산자료를 분석해 블랙스톤이 새롭게 82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펀드를 설정했다면서 앞으로 5년간 20억 달러의 투자를 일본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세계적 투자사들이 너도나도 일본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 엔저 현상에 있다.
주요국들이 통화긴축에 나선 것과 다르게 일본은 여전히 초저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규모 자금을 끌어오기 쉽다.
게다가 엔화가 저렴한 상황에서 일본의 부동산을 사들였다가 엔화가 다시 상승했을 때 부동산을 팔면 환차익이라는 추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일본 부동산시장은 장기보유했을 때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장이다”고 평가했다.
▲ 한화생명은 일본의 초저금리 정책과 엔저 현상으로 일본 부동산을 장기적으로 보유했을 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
다만 한화생명은 미국에 부동산법인을 설립한 이후 2개월여 만에 빌딩을 사들였던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투자 대상을 찾는 데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제 상황으로 해외 부동산에 대한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기준금리 상승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2월20일 국내 보험회사 경영진과 간담회를 열어 보험회사들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손실위험을 점검하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서 일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현재 한화생명의 해외 상업용 부동산 위험노출액은 약 3조1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화생명은 2월21일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부동산은 글로벌 경기 우려에 따라 일부 투자 건에 대해 손실이 발생했다”며 “적극적 사전 대응으로 부실 위험을 줄이고 있으며 향후에는 고금리 상황을 고려해 우량 부동산 대체 펀드를 통해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