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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가 제조업 유턴 정책 펼쳐, 한국만 뒷걸음질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09-26 15:5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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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주요국가 제조업 유턴 정책 펼쳐, 한국만 뒷걸음질  
▲ 26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사진행 발언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에 대한 ‘유턴’ 지원정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 나라들은 기업의 본토 복귀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제조업 유턴 경쟁’에 뒤쳐진 한국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해 강력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해외진출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면 협력사들도 같이 복귀해 투자·고용 효과가 큰 만큼 유턴기업 지원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이날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로 유턴한 기업 수는 37개였으나 2014년 16개, 2015년 9개로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현재까지 5개 기업이 국내로 유턴했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유턴기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유턴기업이 늘어나기는커녕 오히려 급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기업은 2014년부터 국내로 생산기지를 옮긴 곳이 LG전자 한 곳뿐이었다. LG전자는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의 세탁기 생신시설 일부를 국내로 옮기기로 3월 결정했다

유턴은 ‘리쇼어링’이라고도 하는데 인건비 등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진출했던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리쇼어링은 세계 각국 정부의 화두다. 제조업이 더 이상 저임금의 3D업종이 아니라 고임금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제조업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생산 방식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

김상현 한국오라클 부사장은 “제조 공장이야 말로 4차 혁명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라며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스마트 공장을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꼽았다.

박희준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도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제조업을 만드는 게 4차 산업혁명”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앞다퉈 기업들의 본국 귀환을 지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2년 재선 당시 ‘제조업 르네상스’를 정책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그는 유턴기업의 이전 비용 2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세금을 2년 동안 감면해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폈다. 그 결과 2013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포드와 애플, GE, 월풀, 3M 등을 포함해 150여 개의 기업이 미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유턴기업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지난해에만 6만7천여 개에 이른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하면서 도쿄와 오사카 등 ‘국가전략특구’를 중심으로 법인세 감면과 연구개발(R&D) 투자 지원 등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수도권 공장 설립을 금지하는 법규를 폐지하고 유턴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도 마련했다.

이 덕분에 도요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각각 생산하던 캠리와 렉서스 일부 차종을 일본에서 생산하고 있다. 닛산과 혼다 등도 미국, 멕시코, 중국, 베트남 등의 생산기지를 본토로 옮겼다. 파나소닉도 전자레인지와 에어컨의 생산지를, 히타치는 에어컨의 생산지를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렸다.

◆ 유턴기업 지원법, ‘유명무실’ 왜?

국내 리쇼어링 정책의 성적은 실망스럽다.

우리나라는 2013년 8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을 마련했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최대 7년 동안 50∼100% 감면해주고 자본재 수입에 대한 관세도 최대 5년 50∼100% 감면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법안 마련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해외로 빠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가 제조업 유턴 정책 펼쳐, 한국만 뒷걸음질  
▲ 경기도 시화산업단지에 위치한 에이스기계의 스마트공장.<뉴시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해외직접투자 증가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조업 고부가가치 부문의 국내 투자기회가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2006∼2013년 연평균 2만4104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유턴기업 지원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수도권 규제과 동일업종 규제, 청산 강제 등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원하겠다는 법은 있지만 제약조건이 너무 많아 기업들로서는 유턴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3년 10월 인천상공회의소가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102곳을 대상으로 ‘중국 진출 기업의 경영 애로 및 국내 복귀 지원 방안’에 대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만약 국내로 복귀한다면 수도권으로 복귀하겠다는 업체가 83%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유턴기업 지원법에 따라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으로 공장을 이전해야 한다. 우수인력이 모여 있는 수도권으로 이전하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대기업은 해외에 있는 공장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전해야 유턴기업으로 혜택이 주어진다. 중소기업만이 일부 생산라인을 남겨두고 국내에 새로 공장을 설립한다고 해도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대기업이 국내로 들어와야 관련 하청업체들이 대거 들어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중심으로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일업종 규제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률에서 정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유턴 이후에도 동일업종을 유지해야 한다. 가령 냉장고 부품을 만들던 기업이 한국으로 돌아와 냉장고 완제품을 만들게 되면 유턴기업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선진국이 리쇼어링 정책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데 반해 한국은 제조업의 새로운 트렌드 적응에 한계를 나타낸다”며 “기존 세제혜택 지원에 더해 규제·기술·인력 등을 종합한 정책패키지 형태로 지원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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