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그룹이 연초 전기전자통신(ICT)산업 박람회에서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스마트모빌리티와 이동통신분야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계열사 임원과 실무진을 파견해 첨단기술 참관과 기업 네트워크 확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 4대 금융그룹이 연초 전기전자통신(ICT)산업 박람회에서 신사업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그룹 디지털전환 전략을 위해 직접 해외 출장길에 올랐다.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에는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 기기 등 이동통신분야 최신 기술에서 나아가 인공지능(AI), 로봇, 모빌리티, 블록체인, 반도체, 헬스 등 다양한 산업분야가 총집합했다.
디지털전환에 더해 비금융분야 새 먹거리를 찾는 금융지주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첨단기술들이 모이는 MWC나 CES에서 확인하는 내용들이 신사업 검토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며 “본체인 금융에서도 전통적 서비스에서 나아가 생활금융 영역에서 플랫폼, 사업들에 기술들을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이 스마트모빌리티분야에 눈길을 두고 있다.
KB금융그룹 참관단은 이번 MWC에서 차세대 디지털 신기술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를 그룹의 다양한 사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금융그룹 공식 유튜브채널을 보면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참관 실무진이 출연한 영상에서도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기술 변화에 따른 사업 기회에 관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박미듬 KB국민카드 카드금융부 차장은 “자율주행 기술로 자동차가 이동수단을 넘어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바뀌면 어느 순간 홈쇼핑처럼 차 안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일상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며 “앞으로 차 안에서 이용금액, 카 쇼핑이 카드 결제의 큰 부분이 될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자동차 핸들에서 자유로운 시대가 오면 생활금융분야에서도 엄청난 시장이 새롭게 생겨난다고 내다봤다.
KB금융은 중고차 거래 플랫폼 ‘KB차차차’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결합을 통한 서비스 확장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그룹은 지금까지 MWC에 주로 차장, 대리급 실무진과 KB경영연구소 임직원 등을 파견했다. 하지만 올해는 디지털전환과 인공지능·데이터, 카드플랫폼, 알뜰폰인 리브엠 등 사업본부의 부행장, 전무, 상무 등 임원들이 대거 참관단에 포함됐다.
KB금융은 이번 MWC에서 바르셀로나 챌린저뱅크, 간편결제기업 등 현지 핀테크기업과 협력도 추진한다.
양종희 회장은 앞서 2023년 11월 내부 테크포럼 인사말에서 “IT와 디지털은 더 이상 은행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수단이 아니라 은행사업을 최전선에서 이끌어야하는 핵심부문이 됐다"며 “이런 관점에서 IT와 디지털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그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도 알뜰폰사업을 비롯한 비금융 신사업, 디지털전환 등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이번 MWC에서 적극적 행보가 예상된다.
▲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개막한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금융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4에는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참관단을 꾸리지 않았다. 하지만 MWC2024 박람회에는 디지털전환·IT분야 본부장급 실무진 13명 안팎 규모가 직접 현장을 찾는다.
디지털전환, 핀테크, 인공지능분야 전반적 첨단기술 탐방 외에도 모바일사업 관련 신기술 동향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의 핵심 계열사 우리은행은 2024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이종산업과 제휴 및 서비스형 뱅킹사업 확장을 위한 신사업제휴추진부를 신설했다. 기존 부서 안에 있던 알뜰폰사업팀을 독립시켜 별도의 알뜰폰 전담조직도 구성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디지털/IT 거버넌스 개편’을 올해 첫 기자간담회 주제로 고르면서 디지털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임 회장은 신년사에서 “1월 초 거버넌스 개편 뒤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디지털 신기술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2024년부터 전문 자회사에 위탁하던 IT업무를 직접 운영체제로 바꿨다. △슈퍼앱 개발 가속 △통신과 모빌리티, 프롭테크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 △인공지능 뱅커 도입 등 신기술 활용 활성화 △토큰증권과 중앙은행 가상화폐(CBDC)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진 회장은 26일부터 29일까지 지주 임원단, 주요 계열사 사장 등 20여 명과 함께 MWC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MWC에서 디지털지갑, 슈퍼앱부터 블록체인 등을 활용한 핀테크 기술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금융 관련 아이디어와 경쟁력 강화 전략 구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앞서 2022년 CES에 국내 금융사 가운데 처음으로 전시관을 꾸리고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뱅커와 영업점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MWC에는 참관단을 파견하지 않는다.
다만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23년과 올해 1월 2년 연속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함 회장은 CES 참관 뒤 글로벌 IT기업들을 방문하며 네트워크 확보에도 적극적 행보를 보였다.
함 회장은 2023년에는 CES 뒤 구글 베이뷰 캠퍼스와 엔비디아 본사를 둘러봤고 올해는 아마존을 방문했다.
장혜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24년, 은행이 놓치지 말아야 할 3가지’ 보고서에서 “디지털혁신으로 업종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고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은행은 마케팅비용 증가에도 고객의 ‘조용한 이탈’ 등 위기에 직면해있다”며 “이에 은행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등 최첨단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고 초개인화 서비스 제공, 다른 기업과 협력 등을 통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