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서울 여의도 신영증권 본사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난 엄경아 연구원.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HMM의 매각협상이 결렬됐다. 협상결렬의 원인과 향후 전망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15일 증권업계에서 해운업종 보고서 하나가 발간됐다. 2달 전 HMM 주식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고 팬오션 종목분석을 중단한 신영증권의 보고서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MM 매각 이슈가 사라져 온전히 업황에만 주목해 투자를 저울질할 수 있게 됐다며 '컴백'을 알렸다.
2024년 컨테이너해운업계는 △대규모 신조선 인도 △친환경 규제의 시행 △해운동맹 재편 △양대 운하의 통행제한 사태 등이 얽혀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9일 서울 여의도의 신영증권 본사를 방문해 엄경아 연구원으로부터 해운업계의 현황과 향후 전망, 보고서 발표 당시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올해 컨테이너선업계 공급과잉 사상최대 “업종 펀더멘탈 우량하다 보기는 어려워”
엄 연구원에게 가장 먼저 2024년도 컨테이너선업황 전망을 물었다. 올해 선복량 과잉공급에 따른 운임하방 압력은 어느 정도일까.
엄 연구원은 “지금도 컨테이너선들이 적지 않은 상황으로 파악되나 올해와 내년에는 더 많은 선박이 들어온다. 수급 관점에서 컨테이너선업종의 펀더멘털이 우량하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의 대규모 발주로 2024년에 인도될 신조선의 선복량은 310만TEU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는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 선복량 합계 2814만TEU의 10%가 넘는 수준이기도 한다. 반면 올해 해상화물 수요는 이를 따라주지 못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본적으로 컨테이너 시장의 연평균 물동량 성장률은 5%가 되지 않는 시장이다”며 “게다가 코로나19 확산 기간 내구소비재 수요 증가로 크게 늘어난 해상운송 수요는 최근 원점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기간조정이 필요한데 그 와중에 선복량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다면 해운선사들은 왜 그동안 발주를 지속했을까.
엄 연구원은 컨테이너운송업의 특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번 싸이클은 과거보다 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컨테이너 화물은 완성품의 성격을 지닌다. ‘공급망 재편(리쇼어링)’을 거쳐 생산공장이 수요지로 이전하면 해상운송 수요는 사라진다. 선사들이 경쟁사의 화주를 뺏어와 점유율을 유지하는 치킨게임이 자주 일어나는 시장이다.”
“또한 컨테이너선은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한다. 대량발주로 공급과잉이 뻔하지만 비용절감으로 불황을 견딘 선사는 약간이나마 마진을 남기고 높은 원가구조를 가진 경쟁사는 손실을 입는다. 무리한 발주는 선사들이 팬데믹기간 과거 60년분에 해당하는 ‘남다른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경쟁을 버틸 재무구조로 거듭났기에 가능했다.”
친환경 규제 시행, 홍해 리스크. 파나마 운하 가뭄 등에 따른 운임상승 압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글로벌 선사들의 컨테이너선의 빈자리를 일부 메꾸는데 그친다는 것이었다.
“홍해 리스크, 탄소집약도지수 등의 운임상승 압력이 시장에 잘 작용하고 있다면 선박들이 화물을 가득 실은 상태로 돌아다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소석률(화물적재율)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선사들이 화물을 잘 채웠다 보긴 어렵다.”
내년 예고된 해운동맹 재편이 운임 하방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해운동맹 ‘2M’의 MSC와 머스크가 결별하고 ‘디얼라이언스’ 소속 하팍로이드가 머스크와 해운동맹 ‘제미니 협정’을 출범할 예정이다.
“해운동맹 재편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통상 재편 시 해운시장은 좋지 않았다. 원래 화주와 계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덤핑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이다.”
국적 해운선사 HMM이 소속된 디얼라이언스는 현재 동맹 내 다른 선사들은 대책을 논의 중인데 엄 연구원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2M해체에도 다른 해운동맹이 공고히 유지될 것이란 생각을 접어야 한다. 기존 오션얼라이언스 내 해운선사와 다른 해운동맹을 결성할 수도 있고, 디얼라이언스에 다른 선사가 가입할 수 있다”
규모가 축소된 디얼라이언스를 유지하는 것은 업황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물론 남은 해운선사들이 디얼라이언스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소석률이 높다면 다른 해운선사를 시급히 끌어들여야겠지만 앞서 말했듯 소석률은 낮고 신조 인도량은 많다. 다만 디얼라이언스의 점유율이 축소가 될 터인데 불황기에는 타격을 덜 받는 대신 향후 다시 찾아온 호황기에 영향력을 회복하긴 어렵겠다.”
◆ 매각 결렬된 HMM 투자적시성 우려, 바뀌는 매각조건 살펴봐야
유일한 국적 원양컨테이너선사 HMM의 매각은 세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엄 연구원은 8년동안 채권단 관리에 있는 HMM의 오너 공백이 길어져 투자적시성을 우려된다고 봤다.
“운송기업은 운송기자재 투자가 적시에 이뤄지는게 매우 중요하다. 업황하락 국면에서 적자를 각오하고 신조 발주에 나서려면 오너십이 존재할 때 감행하기 쉽다. 채권단은 잃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기에 투자를 제한하는 경향이 있기에 투자적시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실제로 HMM은 기재·인프라 투자에서 경쟁사에 뒤처졌다.”
다양한 변수가 HMM 매각을 복잡하게 했지만 이는 시간이 흐르며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잔여 영구채는 올해와 내년에 주식전환 행사여부가 결정된다. 전환이 되면 잔여 영구채 처리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없게 된다. 내년에는 기존 발주한 선박이 대부분 인도가 되는 시점으로 업황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도 있다. 시장이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로 컨테이너선사의 가치를 평가할 것이다.”
다만 여전히 전체 매각 규모가 여전히 커 원매자는 손에 꼽힐만큼 적다고 봤다. HMM이 발행한 영구채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면 매각 측의 지분은 기존 약 3억9879만주에서 7억3479만 주(지분율 71.68%)로 뛰어오른다. 신재희 기자